미안해, 얘들아.
1회 차 수업이 어땠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이들이 예뻐요."
또는
"나름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와요."
라고 말이다.
날 좋아해 주는 아이들에 감사함과 재밌어해 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아이들의 순수한 말과 순수한 예쁨에 행복감도 느낀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레벌레 1회 차 수업을 끝마치고 나는 2회 차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다만 현재 하고 있는 인턴 생활이 다소 힘이 들어 그다지 꼼꼼하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지만 퇴근하고 오면 매일 잠을 자기에 바빴다. 심지어 그 주에는 주말출근까지 겹쳐 더욱더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훅 들었다.
시연해보지 않고 가는 프로그램이어서 이번에는 다소 겁을 먹었다. 그런 상태로 센터에 도착하자 손이 덜덜 떨렸다. 센터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생활복지사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프로그램실에 들어가 짐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나만의 수업이 펼쳐지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되었지만 아이들이 다소 늦게 왔다. 한 명씩 오기 전까지, 속으로는 오늘 결석하는 아이들이 많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지각은 했지만, 다행히 아이들은 다 와주었고 두 번째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할 프로그램은 '아이싱 쿠키'로 1회 차에는 케이크팝을 진행했다. '아이싱'은 슈가파우더와 달걀흰자, 레몬즙을 섞어 만든 것으로 하얗고 뽀얀 묽은 크림 같다. 이론을 설명하고 아이싱을 만드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다들 신기해하며 좋아해 주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조색이었다.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색을 골라 조색하고 서로 조색한 아이싱을 나눠가며 쿠키 위를 꾸미게 하고 싶었다. 몇몇 아이들은 내 의도대로 잘 따라 해주었지만, 소수의 아이들은 색소와 아이싱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깔끔하게 하길 바라지는 않았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돕는데 한 아이가 말을 꺼냈다.
"선생님, 아이싱이 부족해요!"
아뿔싸, 여기서 시행착오가 시작되었다. 양 조절을 잘못한 거다. 많으면 남기면 되니 상관없지만, 적은 것은 문제가 된다. 부족한 아이싱의 양에 몇몇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쿠키 위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 순간, 뜻 모를 미안함이 들었다.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끝마치고 버스를 탔다. 집에서 약 20분 거리의 정류장에서 내리고 한참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울고 싶었다. 투잡이란 쉽지 않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맡은 게 잘못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프로그램이니 무를 수는 없었다. 단지, 최선을 다 하는 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