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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차를 탄 여자는 거기에 없었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리뷰

by 민드레


하얀 차를 탄 여자는 있지만 그 여자는 그곳에 없었다. 이 작은 부재가 사건과 인물, 그리고 숨겨진 진실 모든 것을 흔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얀 차를 탄 여자>는 2025년 10월 29일 개봉한 영화로 정체불명의 사건 속 인물들의 관계와 진실을 따라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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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한 병원에 차가 멈춰 서고 어떤 여자가 내린다. 피투성이가 된 언니 은서를 내리며 살려달라 도움을 청한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사건 담당 경찰은 그녀를 만나 진술을 듣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그날 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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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피해가 발생했고 가해자를 추적해야 하는 상황. 도경의 말에 따르면 언니 은서의 남자친구가 도경과 은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말인데,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단순한 교제폭력이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더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보기로 한다. 무엇이 진실이며 이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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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는 저마다의 불행을 가득 안고 있지만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게 분출하거나 매몰되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노력은 극복 자체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회복에 집중되어 있었다. 단순하게 연민이나 동정에 머물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연대로 이어나간다. 극복하기 어려운 고통에서부터 서로를 구원함으로써 과거에서 벗어나게 된다. '선언'보다는 선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 로드무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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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들의 이야기가 '연대의 실현'이라고 말하기에는 감정의 밀도가 조금은 빈약하게 그려진 부분이 있었다. 그들의 이해관계는 연대라기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공존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서인지 서로를 신뢰하거나 감정적으로 긴밀해지는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고 감정의 연결 또한 느슨했다. 오히려 제삼자인 현주가 도경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연민을 가지고 눈감아주는 것이 더 연대에 가깝게 그려졌다. 그 결과, 영화가 최종으로 향하고자 했던 연대와 구원이라는 목적지에 닿기까지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감정이나 행동 그리고 미스터리에 대한 서사를 조금 더 치밀하게 배치했다면 이 메시지가 조금 더 부각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성별에 따른 피해-가해 구도를 선택하지 않고 여성 서사를 구축해 냈다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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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구성은 다소 허술했다. 가짜 증거와 가짜 진술을 통해 사건을 설계해 놓았지만, 그 짜임은 견고하지 못했다. 서사가 ‘모두가 침묵하고,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을 때만’ 성립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장르가 갖춰야 할 긴장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평범하지 않은 자매의 이야기를 선과 악이라는 구조 안에 녹여낸다. 가해자의 폭력에는 어떤 성역도 없다는 것, 그리고 그 폭력의 결과가 결국 주변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에 집중한다. 하지만 모든 전말을 일일이 설명하는 방식이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설명을 덜어냈다면 더 강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결국 다소 헐거운 미스터리 설계는, 영화가 도달하고자 했던 ‘여성 연대’라는 메시지까지 희미하게 만든다. ‘이 정도면 괜찮다’는 결과를 관객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설득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존재감은 분명했다. 정려원의 재발견, 이정은의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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