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푼돈 도박꾼의 노래> 리뷰
자만하지 말라. 당신이 손에 쥔 그 패는 실력이 아니라 운에 맡긴 확률이다. 그 확률에 자신의 목숨까지 걸어버린 남자가 있다. 도박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는 잊게 만든다. 저승에서 깨어난 도박꾼의 이야기처럼 그가 빠진 곳은 죽어도 멈출 수 없는 게임의 세계였다. 한 방을 노리다 자신 또한 한방에 갈 수 있는 자리. 그 남자의 삶도 서서히 게임 오버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 과정을 기록한 영화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2025년 10월 2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자신을 도일 경이라 칭하는 남자. 이 도시와 호텔, 그리고 카지노에서는 요주의 인물로 찍혀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비는 체납, 빚은 가득, 과거 행적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의 말로는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지만 오늘도 카지노를 나서는 것을 보면 누구보다 기적을 바란다. 그러던 중, 바카라 테이블에서 만난 여자, 다오 밍에게 매료된다.
도박에서 꿈을 찾는다는 건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많은 사람이 '이번엔 다르다'라고 말하는 건 자기 합리화다. 그는 돈만 있으면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했고, 위기 상황이 오면 “저녁 먹고 춤추면 어떠냐”라고 웃어넘겼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분위기를 바꾸면 모든 게 리셋된다고 믿는 사람처럼 위기의 상황에도 확률을 운운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과거 행적으로 인해 탐정에게 쫓기고 있었고 눈앞의 빚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카지노를 드나들고 있었다. 모두가 그의 베팅을 말리는데도 멈추지 못한다. 화려한 말로 설득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그의 말과는 달리 그의 삶은 게임오버 직전이었다.
자기 연민에 빠진 남자의 노래는 아주 구질구질하고 듣기 싫은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몰입하기 어렵다. 빠져나가고 싶다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 말하며 고급진 호텔의 호사를 누리고,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끊지 못한다. 빚을 갚은 기회에도 노동 대신 도박 판에서 한방의 기회를 노렸다. 그런 사람의 사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공감의 여지를 찾기 어려운 인물이기에 왜 이 영화가 그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는지는 사실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건 카메라가 그의 몰락을 비판하거나 불행을 감싸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불쌍하다고 말할 수 있겠냐’ 고도, ‘저런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고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그의 표정과 행위를, 변명과 패배를 묘사할 뿐이다. 그가 확률에 목숨을 걸고, 운에 베팅할 때마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직 벗어날 기회는 있어요.” 그 판에서 나올 마지막 기회지만 도박꾼에게 마지막 판은 언제나 다음을 위한 베팅일 뿐이다. 끝나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습관처럼 그 테이블에 앉지 않을까. 그가 떠나지 않는 한, 그 테이블은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