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토피아> 리뷰
주토피아 2가 2025년 11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전에 2016년 개봉한 주토피아를 다시 보며 등장인물, 도시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되짚어 보고 싶었다. 최근 디즈니는 여러 작품에서 기대만큼 흥행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편이 보여준 흥행 성과와 완성도를 바탕으로, 일종의 ‘안정된 수표’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열 디즈니 안 부러운, 주토피아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가져올까.
12가지 구역으로 구성된 주토피아 시티는 다양한 포유류들이 모여 사는 도시다. 주디는 어린 시절부터 편견과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도시인 주토피아의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혹은 불가능한 목표로 치부되었다. 15년 후, 주디는 당당하게 경찰학교에 입학했고 어려움을 극복해 수석으로 졸업하게 된다. 라이언하트 시장의 지시로 주토피아 도심에 발령받지만 현실은 주차 단속 임무였다. 처음에는 답답함을 느끼지만 경찰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다는 열망은 꺼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주디는 육식자 동물들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작은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려면 도심의 어두운 영역과 범죄 조직에 정통한 정보원이 필요했고 그는 바로 여우, 닉 와일드였다. 처음 닉과 마주했을 때 그는 주디를 농락하며 사기를 쳤던 여우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팀을 이루게 된다.
최초의 토끼 경찰, 주디. 주디는 모두에게서 토끼가 경찰이 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주토피아에서는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고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렇게 경찰학교에 입학하고 약간의 역경을 극복했지만 현실은 조금 많이 달랐다. 육식 동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찰 조직에서 초식동물인 토끼경찰을 사건에 투입하려 하지 않았고, 주디는 주차 단속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럼에도 주디는 포기 않고 경찰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단서조차 놓치지 않고 사건 해결을 향한 열정을 이어나갔기에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다른 종, 특히 포식동물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 후 주디는 사건 해결과 더불어 사회적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동물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주디는 이상을 좇는 전형적인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현실적이며 정의를 실현하는 등장인물로 표현된다.
닉은 여우라는 이유만으로 ‘교활하다’는 수식어를 달고 산다. 그러한 편견은 차별로 이어졌고 지금의 모습을 갖게 만들었다. 바로, 사회가 규정한 이미지인 사기꾼으로 살고 있는 것. 하지만 그는 작전 계획 능력도 뛰어나고 임기응변도 상당하다. 주디의 사건 해결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준 캐릭터다. 평소 냉소와 농담을 자기 방어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며 주디와 팀을 강제적으로 이루게 되었지만 주디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냉소적이고 자기 방어적이었던 닉은 주디와의 사건 해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주디의 선한 마음을 따라가면서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극복한다. 자신은 평생 편견과 차별을 당했지만 오히려 편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한 적이 없었다. 물론, 주디의 잘못된 인터뷰로 인해 상처받기도 했지만 주디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고 용서해 주는 모습은 닉의 성장과 포용력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주디와 닉은 사건 해결을 위한 일시적인 협력에서 시작된다. 주디는 48시간 이내에 사건 해결을 해야 했지만 수사권이나 경찰 지원이 없는 상태였다. 닉은 왜 주디의 사건에 협력하게 되었느냐. 바로 '당근 녹음펜'에 탈세 혐의 '자백'이 녹음되었기 때문에 협력하게 되었다.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된 주디와 닉의 협력 수사가 시작되면서 서로를 돕고 신뢰와 유대가 쌓여가기 시작한다. 주디는 닉을 통해 편견과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닉은 주디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이 상호작용은 동료애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관계로서 이야기의 핵심 축이 된다.
<주토피아>는 겉보기엔 모든 동물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현대적 대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편견과 갈등이 잠재적으로 자리 잡아있는 도시다. 디스토피아처럼 보이기도 했다. 닉 와일드가 사기꾼으로 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포식자라는 집단을 따로 나눈 세상이 옳다고 볼 수 없으며 종족의 특성에 따라 분류된 세상이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평등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노력하며 신뢰하는 과정을 거치며 평등이 실현되는 것이다. 주디와 닉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현실과 이상 사의 경계를 보여주며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었다.
곧 개봉한 <주토피아 2>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 1편에서 다소 애매하게 나왔던 주디와 닉의 관계가 파트너십에 국한되지 않고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한 연인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두 캐릭터의 관계와 협력이 사랑과 신뢰로 번져있을 것이다. 또한, 주토피아에 여전히 남아있을 사회적 갈등과 다른 도시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관이 확장되는 모습을 이번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여전히 남아있을 사회적 편견을 어떻게 깨뜨릴지 보고 싶다. <주토피아>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다층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동화적 설정 속에서도 현실 사회의 편견과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게 하고 캐릭터 각각의 성장과 관계 변화를 통해 관객에게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