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켈리> 리뷰
<결혼이야기>, <화이트 노이즈> 등 현대인들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해 큰 호평을 받았던 노아 바움벡 감독의 신작 <제이켈리>는 2025년 11월 19일 제한상영을 거쳐 2025년 12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이 작품은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톱스타의 깊은 회의감을 통해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 연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감독 특유의 섬세한 대사와 현실적인 연출이 배우의 고뇌를 넘어 모두가 겪는 관계의 단절과 자기 성찰의 실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매력적인 탑스타 제이켈리. 그는 60대에 접어들면서 삶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진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화려한 커리어와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에 다음 영화 출연을 망설인다.
제이 켈리. 그는 35년 간 연기에 진심을 다했고 톱스타로 사랑받아왔다. 완벽하게 편집되지 않은 삶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그의 민낯을 잘 편집하는 일은 오로지 주변 인물들의 몫이었다. 그가 다음 영화 촬영을 거부하고 프랑스행을 선언했을 때, 주변부는 비상 상황 그 자체였지만 정작 제이는 만사태평, 딸의 뒤를 따라갈 뿐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스태프가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스타의 뒤편에서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뒷받침하는 역할이 당연하지만 그것은 당연히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는 아니다. 제이는 그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함을 잊은 것 같다. 연예인의 특성상 인기는 많지만 주변 사람들이 항상 선의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기에 신뢰하기 어려운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어떤 약속이 있어도 제이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보았는지는 의문이다. 그의 곁에 사람이 남아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말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인물이다.
그의 오랜 매니저이자 친구인 론은 언제나 그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일처리 해결을 도맡아왔다. 촬영이 끝난 후, 돌연 영화를 찍지 않고 프랑스로 떠나겠다는 선언에 주변은 그야말로 비상사태! 그와 연결된 수많은 계약들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 달래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갔지만 오늘따라 제이는 더 제멋대로다. 그를 참지 못한 스태프들이 자리를 이탈하고 남은 건 론. 그마저도 제이는 놓으려 한다. 이제 더이상 그의 곁에는 친구도, 동료도, 가족도 없다. (뒤늦게 제이가 쫓아와서 붙잡는데, 또 붙잡히는 최고의 친구 진짜 잘해줘라)
수많은 결정이 제이켈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제이 켈리'라고 볼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쩔 때는 자신을 꾸며내어 허상을 연기할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기대했던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에 '짝사랑'을 끝냈다. 일말의 기대도, 희망도 버린 상태였기에 제이는 어디에도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한다. 나무와 안개만이 있는 숲을 헤매고 다닌 이유도 갈 곳을 잃어서였다. 그는 후반부가 되어서 치즈케이크를 입에 물었지만 여전히 자기 연민이라는 환각에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삶은 영화가 아니며 편집 또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곱게 포장한 넷플릭스 영화 같다. 영화의 의도는 제이 켈리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라는 것으로 느껴졌지만 나에겐 전혀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매니저 론, 두 딸들. 주인공의 자기 연민과 변명보다 그에게 상처받은 이들의 목소리에 시선이 빼앗긴다. 그의 현재에 연민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는 친구, 가족, 그 외의 사람대신 영광과 연기를 선택했고 삶의 결과가 이끌어낸 결과였다. 평생을 연기에 바쳐왔고 세계적인 배우였지만 가정에 소홀했던 이가 흘리는 눈물에 어떻게 연민을 가질 수 있겠는가. 전개 또한 느리며 그의 이기심을 위한 면죄부 혹은 자기 합리화, 변명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제이 켈리가 평생 외면해 왔던 관계의 민낯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의 삶은 영화처럼 완벽하게 편집될 수 없다. 영화는 컷과 편집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연출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삶은 24시간 생중계되고 잘라낼 수 없다. 그런 명확한 사실에도 제이 켈리는 자기 연민에 빠져 편집할 수 없는 현실을 외면하고, 영화 같은 삶을 꿈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