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시간이었다.
울애기 4개월 접종을 하고 이제껏 없던 접종열이 올라서 우리 부부는 이틀밤을 꼬박 새웠다. 38도가 넘으면 해열제를 먹이래서 준비해뒀던 챔프시럽을 2ml 먹이고, 그러면 열이 좀 가라앉았다가 다시 또 오르기를 반복했다. 미지근한 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또 열 재보고, 약 먹이고, 또 열 재보고... 그렇게 이틀이 지나 삼 일 째에 열이 완전히 내렸다.
무서웠고, 힘들었다. 이대로 열이 내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됐고,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결국 열이 내려 감사했는데... 그 뒤로 사흘 쯤 지났을까, 내 배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배가 자주 아픈 나니까, 이것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다음날 밤에는 설사를 10번도 넘게 하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병원 오픈런을 갔다. 병명은 너무 간단한 급성 장염. 아니, 내 인생에 수많은 장염을 겪었는데 이렇게 설사를 한 시간에 한 번 씩 한 건 처음이라구요.. 힘이 하나도 없어 병원에 거의 기어갔던 나는 수액을 맞고 집에 와서 쌀죽을 끓였다. 3일째가 되니 설사가 줄었고, 5일째가 됐을 땐 설사가 완전히 멈췄다.
너무 야위었다는 남편의 말에 몸무게를 재보니 3kg이 줄었다. 출산 후 다이어트 어떻게 하나 고민이었는데, 오히려 좋아!
하지만 일주일 뒤 몸무게는 원상복구되었다. 그냥 수분이 빠진 거였나보다. 쩝.
애기가 아파서 며칠 밤을 새고, 신경을 너무 많이 썼더니 면역력이 떨어졌던 탓이었을까. 그런데 같은 음식을 먹고 남편은 하루 속이 더부룩하고 말고, 나만 장염에 걸리다니. 애기 대신 아프게 해달라는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게라도 아이가 나았다면 나는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숨가쁜 한 주간이었다. 이제는 울애기도, 아빠도, 엄마도, 우리 가족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 말이 왜 있는지 확실히 알았다.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