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혼했다.

by 퍼미에잇

2022년 7월 소송을 시작해

2023년 12월 서류상으로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

그렇게 나와 상대는 각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당당했던 본래의 자리로, 상대는 원래 본인의 자리인 시궁창 속으로...


모든 재판이 그렇듯, 상대의 유책을 당사자가 증명해야 하는 괴로움이 제일 힘들었지.

한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어떠한 감정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기에

이혼결정은 너무나 행복했고, 쉬웠다.


나는 아이 둘을 양육하고 있다.

그때가 큰 아이 6학년, 작은 아이 4학년 때였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던 나이라

본인들이 보고 듣고해서 판단한 내용들과 전후사정을 알게 된 후

나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었다.

<엄마!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저희 걱정은 마세요!>

지금까지 내가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지낼 수 있는건

다 내 아이들 덕분이다.

감사하다.


13년 조금 넘는 결혼생활.

상대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다.

숨 쉬는 거 빼곤 모든것이 거짓말이라고 상대본인의 엄마가 말할 정도였다.

이제라도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난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막상 살다보니 내가 알던 사람이 전혀 아니였고 삶이 팍팍해지고 웃음을 잃어갔다.

결혼생활 내내 상대와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삶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내가 이혼을 해서 불행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용감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너무 자유롭고 행복하다.

내 주변만 해도 이혼을 하고 싶어도 이런 저런 핑계나 생각이 많아져

실행을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불행이 또 있을까?

둘이 함께지만 불행한 삶, 차라리 혼자가 낫다.


친한 몇몇 친구들 자주보는 지인들을 제외하곤 아직 내가 이혼한 사실을 모른다.

<나 이혼했어!> 하면 분명 <왜? 어떻게 된거야?> 라고 물어볼게 뻔해서

구구절절 말하기 귀찮기도 하고 생각만해도 진이 빠진다.

다시 그 상황들을 말하며 떠올리는게 힘들다.

그런데 내가 털어놓았을 때

<니가 그런 결정을 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겠지!> 라고 말을 해준 친구가 있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나에 상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게 눈물이 났다.


이혼할걸 알고 결혼을 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결혼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두 보물을 얻었으니까.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테니.


혹시나 지금 괴롭고 힘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해 갈팡질팡 하고 있다면

용기를 내라, 힘을 내라, 당신도 할 수 있다.

활짝 웃을 수 있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