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이었다. 똑똑! 이렇게 카톡이 왔다. 세 명이 있는 카톡방에서였다. 가을이 가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소중하니 잠깐 가을을 잡으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나는 반갑게 그러자고 답했다. 사실 그분의 톡이 오기 전까지 나는 그 방에 글을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고, 그러다가 톡 보내기를 포기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콜포비아가 있는데, 나는 전화를 걸고 받는 것뿐만 아니라 문자를 주고받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먼저 똑똑! 이런 짧은 메시지도 보내지 못한다. 그분의 제안으로 우리 세 사람은 오늘 근처 사찰로 가을을 잡으러 갔다. 단풍은 상상했던 것보다 예뻤고, 날씨는 그보다 더 예뻤다. 걸으면서 사진에 가을을 담았다. 예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단풍 사진을 찍는 걸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게 우리는 왜 이렇게 단풍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설까? 그건 아마도 단풍이 잡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짧아서 하루하루가 아깝다며 연신 사진을 찍는 지인을 보면서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시간을 잡아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나는 하루하루가 아까운데, 그래서 잡아두고 싶은데 도무지 잡히지가 않는다. 아쉬운 만큼 열심히 뭔가를 해야 하는데 마음만 급할 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쏜 화살 같은 시간을 잡을 수 있을까? 매일 마음을 다시 잡고 내일은 한순간이라도 붙잡아둘 만큼 열심히 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밤이 되면 다시 나는 내 옆을 지나가는 시간 중 어느 곳에서도 머물지 못했다는 생각에 허무함이 밀려온다. 오늘 찍은 사진을 다시 보면서 내가 잡고 싶었던 것이 가을이었는지 아니면 허무하게 지나가는 내 마음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가을 한번 잡아보겠다고 사진만 찍었다. 눈부시게 예쁜 단풍은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겠지만 지금도 내 귓등을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을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연말만 되면 돌아오는 연말병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