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으른들의 스타벅스

by 아이쿠

저희 가게는 낡고 오래된 동네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토박이 어르신들도 많고

동네 한쪽엔 전성기를 지난 다방도 있습니다.


다방 사장님은

60세 전후의 작은 키에 기다란 생머리입니다.

앞머리는 무스를 발라 동그랗게 힘을 주어

뒤로 볼륨 있게 말아주고 항상 반 묶음 머리입니다.


화장을 짙게 하지는 않지만 빨간색 립스틱은 꼭 바르고

항상 껌을 씹고 다니셨는데 요즘엔 마스크 해서 안 씹습니다.

화려한 무늬의 망사스타킹에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겨울에는 부츠를 신습니다.

우리가 티브이에서 보던 전형적인 다방 언니입니다.


다방 손님들의 술, 담배 심부름을 하느라고 저희 가게에 오십니다.

"염병!! 커피나 마실 것이지 꼭 술을 사 오라고 난리야

안주가 새우깡이 뭐래 새우깡이!!??"


어느 날은 손님이 요청한 짜장라면을 사러 왔습니다.

"팔도 짜장면이 맛있다는데 없네? 이거라도 끓여 줘야지.

별것이 다 먹고 싶다고 하고 그러네"


앙칼지면서도 차분하고 찰진 목소리로 욕을 합니다.

그리고 가실 때는 꼭 하이톤의 목소리로

"어~~ 수고~~"라고 인사합니다.






아침 일찍 오실 때도 있는데 보자기로 감싼 차 쟁반을

카운터에 두고 막걸리를 골라와서는

"염병!! 뭔 아침부터 막걸리를 먹는다고 난리대

커피 시키면서 막걸리 먹는 게 뭔 조화래

으이그!! 막걸리 사느라고 커피 다 식겄네!!"

하며 투덜대다가도 언제나처럼 "어~~ 수고~~" 하고 갑니다.


하루는 박학다식 손님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 앞에서 지식을 뽐내고 있는데 다방 사장님이 가게로 들어옵니다.

조용히 우리를 지나 막걸리를 가져와 카운터에 놔두고선 그 손님을 향해

"오빠!!! 남의 가게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만 나가!!!!

그런 소리는 우리 가게에서나 하고 말아!!"

라며 앙칼진 목소리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합니다.


"허 참!

거기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말이 길어진 거야.

가는 길이니 같이.. 가.. 지.."

박학다식 손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쿨하게

"수고~"하고 갑니다.


'오... 빠??!! 아 부끄.. 두 분 아는 사이??

사장님 다방 다니셨구나~으른이셨네'


"사장님 다방 사장님 아세요?"

"알지 왜 몰라~"

"자주 가시나 봐요?"

"그럼!! 우리가 다방 가지 70 넘어서 커피숍 가나?"

왠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박학다식, 점잖은 분이 다방에...??

다방은 바람피우고 놀음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 아닌가..?


손님의 좋은 이미지가 파괴되려 할 때

그래 으른 이시니까.... 50년 전부터 커피를 드셨을 테니까....

커피숍이 없을 때는 다방 가셨을 테니까..

하고 이해하고 이미지 보존 중입니다.

평소 학식 깊다 생각한 분이 알고 보니

놈팽이 다방 죽돌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손님 중 연세 있으신 몇 분은 다방의 단골입니다.

다방... 으른들의 스타벅스??....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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