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찍 챙겨 월드비전에서 하는 '글로벌 6K' 마라톤에 참가했다. 몇 주 전 교회 분들과 사전 예약을 하고 옷을 받았다. 마라톤 대회 참가는 처음이라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이 없었던 데다가 가정교회 식구들 중 발 아픈 분들이 있어 걸을 수도 있다고 하기에 완주할 생각 없이 옷을 껴입고 갔다.
도착해서 보니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어 놀랐다. 갑자기 한번 완주해 볼까, 하는 생각이 솟구쳤다.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졌다. 반팔만 입고 옷과 짐을 보관대에 맡기고 출전했다. 교회에서 단체로 신청한 거라 교회 분들이 많아 반가웠다. 가정교회 식구들 중 네 여성이 같이 뛰기 시작했다. 가다 보니 둘만 같이 가고 있었다. 2킬로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반환점을 앞두고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20대 때부터 산을 내려올 때마다 무릎이 아파서 등산을 안 좋아한다.)
등에서는 땀이 나는데 찬바람에 팔이 얼고, 입으로 들어가는 공기가 너무 차가워 감기에 걸릴까 걱정되기도 했다. 중간에 같이 가던 집사님이 사라졌다가 반환점 지나 다시 나타나 계속 뒤따라 갔는데 자세히 보니 뒷모습이 닮은 다른 분이었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면서 다리가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페이스메이커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버티다 버티다 걷기 시작했다. 걸으니 다른 분들이 계속 추월해 가기에 다시 달렸다. 같이 달리던 집사님이 뒤에서 나타났다. 아이를 챙기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얼른 따라붙었으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무릎이 너무 아파서 점점 쳐졌다. 200미터를 남기고는 응원하는 방송 소리 때문에 멈추지 않고 달렸다.
결국 걷다 달리다 하며 42분 만에 완주를 했다. 짐을 찾으러 가는 동안 절뚝거렸다. 평소에 도장에서 3-4분 가끔 달리는 게 다였던 나는 달리기가 얼마나 힘든 건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다음에 참가할 때는 조금 더 준비해서 기록을 단축시키고 싶어졌다. 가정교회 식구들 중 반 이상이 완주했고, 나는 세 번째였다. 중학생 한 명이 32분, 같이 달리던 집사님이 40분에 들어왔다. 남편은 한 시간쯤 걸렸다. 다리에 쥐가 자주 나는 편이라 걷다 뛰다 한 모양이다.
우리는 한 집사님의 텃밭으로 이동해 집에서 각자 준비해 온 밥, 고기, 불판, 쌈, 찌개, 김치, 과일, 음료 등을 꺼내 놓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찌나 맛이 좋은지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밭에서 당근과 무, 배추도 수확해 나눠 가지고 왔다.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오후 2시 조금 넘어 일정이 끝났다. 한없이 즐거운 날이었으나 몸은 피곤해 집에 오자마자 잠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오후에는 절뚝이며 다녔다. 평소는 물론 태권도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던 무릎이 달리기에 무너지다니. 달리기가 무릎에는 지장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무릎 보호 밴드를 끼고 달려 봐야겠다.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데도 마라톤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를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