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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에게 진리를 묻다>> 존중 - 이호규

by Kelly

이렇게 어려운 책은 오랜만이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 교수인 저자는 남편의 지인이시다. 책을 내셨다는 말을 듣고 남편이 구입해 나에게 읽어보라고 건네주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저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논문을 방불케 하는 이 책은 커다란 숙제와 같았다. 그래도 오기가 있지, 가방에 몇 날 며칠을 넣고 다니며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문제는 읽은 후 내가 과연 몇 퍼센트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밀의 저서 중 이름을 들어본 건 <자유론>과 <공리주의> 정도인 데다가 읽은 적이 없어 개념들이 생소했다. 민주주의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다수의 횡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가 가진 위험성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민주주의가 잘못 뿌리내린 결과라 저자는 보고 있다. 밀이 여성의 권리에 대한 책 <여성의 종속>도 썼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을 관통하는 개념은 밀이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개인 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뛰어넘기도 하는 요즘, 표현의 자유는 넘쳐나지만 거짓 뉴스나 비방으로 인한 고소, 고발의 위험도 뒤따른다. 모든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강제적으로 개인의 메시지와 게시물을 들여다보는 일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밀은 개인을 '자신만을 위하기보다 자신과 타인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사람(63쪽)'이라고 보았다. 다른 이의 다른 점을 존중하고, 서로 격려하는 일은 비단 교실이나 수업에서 아이들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모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밀은 '자유와 다양성, 그리고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101쪽)'라고 하였다.


반대의견을 재난이 아니라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실천이 쉽지 않다. 마찰 없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아니라고 보는 밀은 "항의할 권리와 항변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런 반대 의견을 수용함으로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고, 관성적 편향이나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107쪽)"라고 하였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맞다고 믿고 있던 것이 어느 순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 말이다. 어느 한쪽의 정보만 편향적으로 접하는 것으로는 갖기 어려우므로 균형 잡힌 정보 수집과 판단 능력이 우리 개개인에게 필요하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들도 맞다고 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해서는 안 되겠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밀의 <자유론>과 <공리주의>를 읽은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궁금하다. 어렵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존 스튜어트 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값지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tAC-df_Rp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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