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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행복 - 태권도 473회 차

by Kelly

이번 주는 특별 새벽예배 기간이라 마치고 바로 출근하니 7시도 안 되어 학교에 도착했다. 일이 많던 터에 오히려 잘 됐다 생각하고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던 금요일, 존경하는 수석님이 갑자기 예쁜 주황 꽃이 담긴 꽃병을 손에 들고 환한 미소를 띠며 들어오셨다. 무슨 일이에요, 하니 토요일에 연주는 못 가지만 축하하고 싶어서 가져왔다고 하셨다.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이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혼자 보라고 하시는데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워 교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렇잖아도 밝은 교무실이 더 환해졌다.


아침마다 일찍 가서 일한 덕분에 수업 마친 후 일을 빨리 끝내고 조금 일찍 나와 오케스트라 연습하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졸면서 책을 읽다가 연습에 갔다. 연주 전 마지막 연습이라 그런지 어수선했지만 관악기, 타악기가 다 참여하니 사운드가 빵빵해서 좋았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찍 연습을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도장에 들러 잠깐 태권도를 했다. 작년까지는 연습이 있는 금요일은 도장에 가지 않았는데 올해는 교수님 덕분에 시간이 뒤로 밀려 늦게나마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


도장에 들어가니 교수님이 관장님께 1대 1 레슨 중이셨고, 대회를 앞둔 아이들이 사범님과 품새 연습 중이었다. 얼른 스트레칭을 하고 발차기를 하다가 관장님이 같이 하자고 하셔서 앞굽이 아래 막기에서 발차기 후 두 번 지르기를 교수님과 계속 반복 연습했다. 발차기 후 접는 중간 동작 때 균형을 잡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반복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말은 진리다.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꼈다. 관장님이 앞차기가 엄청 높다고 칭찬하시며 몇 년 후에 정식 선수 등록을 하라고 하셨다. 농담이라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60대 분들 중 선수가 없어 얼마 안 배운 분이 국가대표선수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에는 태극 6장 동작인 돌려차기 후 발을 내려놓고 180도 돌아 앞굽이 아래막기 하는 것을 연습했다. 플랭크 1분으로 수업을 마쳤다. 늦게 가는 바람에 시간이 짧아 아쉬웠지만 이렇게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어 좋았다.


집에 돌아오니 앞집에서 주신 꽃병이 놓여 있었다. 분홍빛 그라데이션 꽃이 예뻤다. 꽃을 두 번이나 받다니, 너무 행복한 날이 아닌가. 바쁘고 분주하지만 기쁨 가득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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