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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 인생 교훈 - 조슈아 필즈 밀번 외

by Kelly

처음 가 보는 시립 도서관에서 오랜만에 책을 잔뜩 빌려왔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일단 보이는 대로 챙긴다. 도서관마다 보관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 달라 즐겨 가는 도서관이 아니면 꼭 이 코너를 들른다. (늘 다니는 데는 이미 거의 다 보았다.) 이런 책을 빌렸다는 건 정리해야 할 뭔가가 쌓여 있다는 말이다. 물건이든 정신이든. 사실 정신이 산만하면 물건이 쌓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둘은 같이 가는 것 같다. 너무 바쁘다 보니 생각 없이 산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며 생각하는 것, 어떻게 보면 왠지 멋있는 말 같기도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다. 생각 없는 행동들이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기도 하니까.

물건을 정리하면 마음까지 정리되는 홀가분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런 책을 자꾸 읽게 된다. 읽은 후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물건을 조금 적게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말이지. 어제, 오늘 내가 정말 많은 돈을 썼다는 사실. 탭이 고장 나 고치러 갔더니 메인보드가 망가져 145000원이 든다고 해서 그냥 왔다. 쓴 글을 다듬을 때나 악보에 활표시를 할 때,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너무 유용했던 탭이 가끔 전원이 꺼지더니 급기야 켜지지 않는 것이었다. 불편함에도 계속 미루다 간 센터인데 어차피 메인보드 갈면 데이터도 다 사라지니 그냥 새로 구입하라는 말을 듣고 집에 와서 남편의 허락을 구한 후 계속 검색하다 최신형으로 구입하고, 케이스와 필름도 샀다. 연한 색 점퍼가 없어 온라인으로 저렴한 점퍼와 후드를 샀다. 죄책감... 이 책을 읽고도 이런 일을 벌이다니. 역시 실천은 어렵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잘 사용해야겠다.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썼다. 잘 나가던 대기업 사원이었던 한 저자는 어느 날 백수 신세가 된다. 가지고 있던 수많은 물건들을 기부하고 버린 후 단출한 삶을 살고 있으며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이루었다. 대기업에 계속 다녔었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화위복은 이럴 때를 위한 것이다. 저자의 집을 소개한 사진이 있다. 책 몇 권, 옷 몇 벌... 불편하진 않을까? 나도 다시 버리고 기부하는 일을 시작해야겠다. 없어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있어서 힘들 때도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이제 조금 예민해진 나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보기만 해도 작은 스트레스가 작동함을 느낀다.

이 책은 미니멀라이프의 방법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이유와 교훈이 담겨 있어 좋았다. 나이 서른에 이런 삶의 진리를 깨닫다니 부럽기도 하다. 나이 들수록 복잡함을 버리고 심플하게 살아야겠다.

--- 본문 ---

성장하지 않는다면 죽어갈 뿐이다. 삶에서 성장이 없다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셈이다. 기여하라.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 기여한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여할 때 진정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든다. 타인에 대한 기여는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고, 아침에 눈을 뜨게 하고, 내게 계속해서 힘을 불어넣는다. (110쪽)


물건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반면 행동으로 자신을 정의하는 사람은 매일 성장하는 데서 충족감을 느낀다. 또 매일 타인에게 기여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며, 매일의 삶에서 자족감을 얻을 수 있다. (119쪽)


우리는 안전지대를 벗어날 때 성장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려면 변화를 수용하고, 두려움과 맞닥뜨리고, 의심을 억누르고, 심리적 위축에 맞서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고 오직 그 과정들을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한 사람에게는 타인을 위해 베풀 것도 훨씬 많아진다. (147쪽)


요즘 나는 알람 없이 내 몸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난다. 어떤 날은 새벽 3시에 일어날 때도 있다. 나는 알람을 맞춰서라도 해돋이와 함께 바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새벽 산책을 나가곤 한다. 천천히 일어나고, 서두르지 않고, 생각을 한다. 나는 이른 새벽의 조용한 방에서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글을 쓴다. 오직 나와 내 생각과 종이 위 글자만 존재하는 시간을 갖는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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