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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추억을 차곡차곡 담아

나는 추억을 듣는다

by 정과 연

처음 추억을 담기 시작한 게 언제일까?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익숙한 클래식을 듣게 되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데 어디에서 들었던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익숙한 노래는 마치 나의 9년이라는 인생의 일부인 것 같이 느껴졌다.


어느 날 그 멜로디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슈베르트 - 세레나데


내가 7살 때쯤 즐겨 보았던 드라마인 '여름향기'의 ost였던 것이다.


이렇게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것 같은, 좋은 멜로디의 노래를 찾았던 적이 또 있었다.


러브홀릭 - 인형의 꿈


뭔가 애절한 노래다.



중학교 1학년 때 mp3가 생겨서 노래를 많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노래에 추억을 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는 어렸는데, 발라드를 들으면 마치 내가 으른이 된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신기한 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mp3로 자연스럽게 같은 노래 몇 가지를 반복해서 듣게 되었고, 그 시기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노래에 담기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는 학원에서 친구들이 좋다고 말했던 허각의 '언제나'였다.

지금 들어도 명곡이다.


그해 12월에 놀랍게도 아이유의 '좋은 날'이 나왔고, 나는 아이유 노래에도 빠지게 되어 아이유 미니앨범 3집 'Real'과 정규앨범 2집인 'Last Fantasy'에 수록된 거의 모든 노래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중2 때 '혼자 있는 방'을 많이 들어서 나중에 그 노래를 들으면 중2 때 반 친구들과 그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아이유의 '밤편지'를 들으면 20대 초반에 학교에서 회기역까지 왔다 갔다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밤편지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보통 노래 하나에 담기는 순간은 2~3개월 정도의 기간인 것 같다. 자주 듣던 노래를 다시 들었는데 2~3개월 전 과거가 떠오른다면, 그 노래에 추억 저장이 완료된 것이다.

그때부터는 노래를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그때의 순간을 떠올리고 싶을 때 다시 듣는다.


추억이 저장된 노래는 또다시 자주 듣게 되면 새로운 추억으로 덮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듣지 않고 아껴두다가 한 번씩 꺼내서 듣는다. 이렇게 꺼내 듣는 추억은, 좋은 추억도 소중하고 나쁜 추억도 소중하다.


과거의 노래를 들으면 내가 그때에 비해서 지금 행복한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


그때의 나의 기분과 삶을 다시 생생하게 떠올리기에 노래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노래는 나에게 아주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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