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부아앙' 굉음이 귓전을 스치자, 머리 높이 위로 치솟은 물벼락이 파도치듯 덮쳐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탕물에 쫄딱 젖은 채로 고장 난 기계처럼 한동안 멈춰 섰다.
젖은 옷소매로 얼굴에 묻은 물을 털며 뒤늦게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물벼락을 뿌리고 간 자동차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부아가 치밀어 오를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잠시 풀린 정신의 실타래를 바로잡자, 흙탕물로 샤워한 듯한 몰골이 스스로 보기에도 볼썽사납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쿡쿡 찌르듯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웃긴 일이었다. 그 순간에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 화장실에 들어가서 비누로 얼굴을 뻑뻑 문지르며 흙탕물을 닦아냈다. 따가운 눈이 비누 때문인지 흙탕물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세수를 마치고 나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세면대에 고인 작은 물웅덩이는 골골 소리를 내며 배관 속으로 빨려 내려갔다.
일화.
2025년 10월 16일
한 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