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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화. 부산 영도에서

by 한 율


부산 영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도시 부산.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부산 영도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바다와 섬. 섬과 바다. 우리가 흔히 떠오르는 바닷가 풍경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 부산 영도. 영도는 영도대교와 부산대교를 통해 건너갈 수 있다. 영도를 잇는 다리를 건너면 해변욕장 모래사장 대신 여러 선박들이 정박한 부둣가 풍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배 위에 구름


바다 위에 떠있는 배. 그리고 배 위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 바다 같은 하늘이 배 위에 펼쳐져 있고, 솜털 같은 구름은 배 위를 유유히 흘러갔다. 배의 상단에 바람개비 형상을 한 구조물이 눈에 띄었는데 바람의 방향에 따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같은 대상을 조금씩 위치를 바꾸어가며 수차례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나중에 확인한 사진들의 느낌이 묘하게도 제각기 조금씩 다른 인상을 풍기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 부둣가 풍경


에메랄드 빛의 녹빛을 띄는 부산 바다에 정박한 다양한 종류의 배들. 영도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근처에 부산항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근처 바닷가에는 부산항 정박을 대기하는 배들이 줄지어 둥둥 떠있다. 작은 어선부터 큰 규모의 컨테이너 선들까지 여러 종류의 배들을 훑어본다. 부둣가에 정박한 배들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많았다. 어르신 몇 분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강하게 이는 바람이 소리를 차단하여 가까이서 지나칠 때도 바람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대형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유조차가 눈앞에 멈춰 섰다. 큰 크기가 마치 레미콘을 보는 것 같았다. 특수 탱크로리 차량은 길가의 모퉁이까지 남김없이 메웠다. 유조차를 피해 지나가려고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다, 문득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푸른 가을하늘에 어울릴법한 청명한 색을 띠고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일자, 구름은 일사불란하게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새로운 형태의 구름들이 밀려와 다시 자리를 채웠다. 바닷바람에 떠밀려온 바다내음이 뒤늦게 콧잔등에 맺혔다.



부산 영도를 나서며


영도대교를 향해 걸어가며 영도를 나서는 길. 눈앞에 보이는 다리와 빼곡한 배들. 미동 없이 고요한 바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풍경들일수도 있지만, 이 장소에 오면 알게 모르게 안정감이 스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버스를 타고 대교를 건너가며 영도 근처의 바닷가 풍경에 다시 한번 눈길을 건넨다.


육화.

2025년 11월 20일

한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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