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
가끔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데 내 장점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온전히 나를 위한 친절을 베푼다면,
그 친절이 기가 막히게 내가 원하는 것을 채워준다면,
나도 미처 원하는지 몰랐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걸 미리 준비해 준다면?
처음엔 글은 좋지만 그림 게재는 어렵겠다고 하더니 책에 삽화로 넣어주고,
내가 지정한 것도 아닌데 애정이 가득했던 그림을 골라 엽서와 배지를 굿즈로 만들고,
계속 그림 그릴 스케치북을 구해주고,
모네의 정원이 가득한 달력을 사주고,
홀로 고독한 심야에 작업할 때 먹으라고 주전부리 용 간식을 가득 채워주고,
그 무엇보다 세심하고 꼼꼼하고 조심스럽게 글을 읽고 교정해 주는
그런 사람을 편집자로 만나면,
그리고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출판사 대 작가로서가 아닌
인간을 이해하는 인간으로
정중한 만남이 가능하다면
공장처럼 책을 찍어내는 세상에서
한 땀 한 땀 구슬땀으로 짓고 엮어 낸,
나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한 책이 나올 것이다.
한 사람의 어느 한 시절을
오롯이 종이에 담아내는 일은
인생의 한 막 또는 한 장을 갈무리하기에 충분한 작업
생각지도 못한 양장본은
나보다 내 글을 더 아껴주는 편집자의
책이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
책을 펼쳤을 때 설핏 비치는 묶음 실은
이 책이 얼마나 단단하게
내 글을 지탱해 줄지 보여주는 의지.
정원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던 굴뚝새와 나.
이제 고단한 날개를 쉴 곳을 찾았는가.
아니면 영영 찾지 못할 것인가.
그 답은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를 읽은 당신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