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아침
가을이 되니 잠이 늘고, 몸이 무겁고 피곤함이 깊어졌다.
이전에도 분명히 내 몸은 이런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 신호들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오늘 아침, 몸이 무거워져 창밖을 보니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이면 실내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앉아있는 걸 좋아한다. 물론, 가끔은 밖으로 나가 비에 젖은 풀냄새를 맡는 것도 즐기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우산을 챙기고 접었다 폈다 하는 일마저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몸이 무겁다.
오늘 아침에도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 신청을 했지만, 몸의 무거움과 비 내리는 풍경에 마음을 맡겨 자체 휴강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신청 인원을 확인해보니 정원보다 적은 인원이라, 내가 빠진다고 해서 누군가 기회를 잃는 것도 아니었다. 그 덕에 마음의 짐도 한결 가벼워졌다.
오늘 해야 할 스케줄이 이 강의 하나라면 큰 부담 없이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첫 강의가 끝난 뒤에는 오후 강의를 들으러 다시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눌렀다. 그 이중 부담감이 아침부터 나를 짓눌렀고, 그래서 첫 스케줄을 내려놓기로 했다. 파라과이 현지인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호기심보다 내 몸을 돌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비오는 날은 집에 머물게 된다. 그 덕에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피아노를 치거나, 집을 정리하거나… 아, 운동도 해야겠지. 동네 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그렇게 내 몸이라는 작은 우주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