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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Oct 14. 2024

하루 한 권 독서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전주람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다. 대륙의 역사를 읽다 보면, 가끔 드는 생각이다. 반면,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돕고 사는 것도 인간이다. 식탁에 펼쳐진 지도를 보면, 먼지보다 작은 공간에 살고 있는 한계의 선을 넘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때마다, 나를 대신해서 여행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었다. 여행의 맛을 깊게 하는 것이 그들 삶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대륙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들의 현재가 어떻게 결과물로 탄생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지구 육지 28%를 차지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역사와 문화를 기준으로 아메리카를 두 분류로 나눈다. 영어를 쓰는 캐나다와 미국을 앵글로 아메리카라고 부르고, 에스파냐어나 포르투칼어를 공용어로 쓰고 가톨릭 신자가 많은 중남미와 멕시코를 라틴 아메리카라고 부른다. 

라틴 아메리카중 멕시코, 페루, 칠레, 아르헨 티나 그리고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 조각, 회화, 수학 천문학 분야에 놀라운 성취를 보여 주었던 마야 문명지인 멕시코를 색이라 표현한다. 문맹률이 80%가 넘었던 시절,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가 벽화그림이었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벽화 운동은 서로 상이한 사상의 결합임을 알려 준다. 대통령 궁에 새겨진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는 22년에 걸친 대작이다. 멕시코 민족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변화를 바라는 민중의 마음과 서유럽의 회화가 전통에 결합된 형식이라고 한다.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인원에게 대통령 궁의 벽화를 볼 수 있게 허락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디에고의 벽화가 가장 쉽게 멕시코의 역사를 보여 주는 살아있는 책이기 때문이리라. 문자와 더불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그림으로 역사와 전통을 전달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 같다. 


이집트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피라미드가 멕시코에도 있다. 단지 그 끝이 편평한 모양이 다르지만, 그곳에서 인신 공양을 했던 역사적 사실은 놀랍다.

죽음을 끝으로 보지 않고 시작으로 봄으로써, 삶과 구별을 하지 않는 멕시코의 토착 신앙은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잘 보여 준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을 3일 동안 초대해 함께 축제를 즐긴다는 그들 문화는 분명 독특하다. 

 미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현 멕시코 영토의 절반(텍사스주, 뉴멕시코주, 에이조나주, 캘리포니아주)을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주들은 여전히 영어와 함께 에스파냐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페루 하면 떠오르는 게 해발 2,400미터 높이에 지어진 고산 도시 마추픽추다. 잉카 제국이 건설한 도시 마추픽추는 여행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다. 잉카 제국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 비아, 칠레 그리고 아르헨티나 6개국에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100년 밖에 그 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200명의 병력으로 이 땅에 잠입한 에스파냐인 피사로에게 수만 명의 잉카 원주민들이 쉽게 무너진 이야기는 실로 아이러닉 하다. 인신 공양을 하는 원주민에게 진정한 가톨릭을 전파한다는 명목아래,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행해졌던 에스파냐인들의 침략은 원주민의 3분의 1 정도를 죽게 만들었다.


원주민의 언어와 종교를 금지하고, 에스파냐어 즉 스페인어와 가톨릭을 믿게 했다. 역사적으로 침략자들은 언어와 종교를 금지시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역까지 탐한다.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행해졌던 만행과 닮아 있다. 페루는 가톨릭에 토착 종교를 추가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페루의 벽화나 그림은 기독교 문화를 담고 있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토속 신앙을 담아내고 있다. 


 페루에 등장한 일본인 대통령 후지모리에 대한 이야기와 한국인 최초로 시장이 된 정홍원 씨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금 채굴에 대한 꿈을 갖고 페루땅에 도착한 일본의 젊은 남자들이 2차 대전 이후 패전국이 되어 페루에 남게 되었고, 여전히 페루 사회에서 엘리트 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는 유대인의 이야기와 닮아 있다. 


         칠레는 다른 라틴 아메리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민주주의의 기반을 갖춘 나라라고 한다. 다른 라틴 아메리카에 비해 가진 자본이 적어 에스파냐의 관심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끔 이렇게 복과 재앙이 뒤바뀌는 삶이 인생이다.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 때문에 화가 되기도 하고,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복을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칠레는 그 지형적 특색 때문에 잉카인이 정복하지 못했다는 뜻의 ‘칠리 Chili(원주민의 언어로 경계, 국경의 의미)’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인 칠레는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시인이란 불리는 파불로 네루다의 나라다. ‘모든 꽃은 꺾을 수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독재 정권과 군부 정권에 맞서 싸워 대중들에게 힘을 주었던 그와 지식인들의 행보는 우리 역사와 닮아 있다. 


 사회주의자였던 아옌더 대통령이 시도했던 개혁과 그 좌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의 탐욕과 권력에 대한 그 엉킴 들은 세계 어디를 가든 보이는 현상임을 알 것 같다. 아옌더의 사회주의는 냉전 시대의 미국의 심기를 불안하게 했고, 결국 미국 개입으로 대통령 궁에서 최후를 맞이한 그는 여전히 칠레 사회 곳곳에 벽화로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여전히 소수에게 이익이 집중되어 있고, 빈부 격차가 심한 ‘경제적 불평등’은 칠레가 넘어야 할 산임을 보여 준다. 


         백인화 정책(인구 조사 등에서 의도적으로 인종의 비율을 조정)으로 인구의 97%가 백인이라는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원주민이나 흑인에 대한 억압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금광이 없어 에스파냐의 주목을 못 받았은 행운을 누린 국가다. 축구로 독재자가 국민들의 시선을 뺏고자 했던 이야기는 마치 우리나라 독재 시절 야구로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고자 했던 이야기와 닮아 있다. 탱고의 나라이자, 마테차가 국민 음료인 나라다. 여성과 가난한 노동자를 대변하고자 했던, 여배우 에비타가 대통령 페론의 부인이 되어 행했던 이야기는 잘 아려진 일화다. 33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무덤은 여전히 아르헨티나인들이 꽃을 바치는 곳으로 관광객이 들 쉽게 그녀의 묘를 알게 해준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노래한 메르세데스 소사의 파두는 몇 해 전 여행자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이다. 그녀에 대한 존경 때문에 2009년 그녀가 세상을 떠난 날 국장을 통해 애도했다고 한다. 폐허가 된 듯한 공간에도 꽃은 피어난다. 인간이 망쳐놓은 곳을 다시 인간만이 희망이 되어 꽃을 피워낼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쿠바 하면 떠오르는 것은 몇 해 전에 읽었던 <체게베라>라는 책이다. 아르헨티나 중산층이었던 체게베라는 의과학생 시절 아메리카를 친구와 여행하면서 가난한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삶을 목격했다. 그 이후 혁명전사로 자신의 삶을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고, 실제 그런 인생을 살아간 그의 삶은 경이롭다.


        다른 라티아메리카와 달리 19세기에, 비교적 늦게 에스파냐로부터 독립한 페루는 미국의 군사 행동 실패로 배상금을 받아낸 최고의 라틴 아메리카다. 여전히 반미 감정이 있지만, 미국인 헤밍웨이가 사랑한 나라가 쿠바다. 그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와 <노인과 바다>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인 책을 페루에서 썼다고 한다. 헤밍웨이 덕분에 쿠바를 찾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2,000개가 넘는 언어를 쓰는 아프리카와 에스파냐어 하나만 구사해도 소통할 수 라틴 아메리카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나의 언어만을 쓰는 후자의 나라들은 삼백 년 전후 동안 에스파냐 손길의 흔적이다. 반면, 전자는 강대국들이 정복 후 스스로 물러나면서 부족 간의 불화만 키워 살육의 장을 만든 아프리카의 모습이다. 이 책은 대륙간의 역사를 더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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