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나현유
문장이 바뀌면 인생이 바뀔 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담아낸 이력서로 원하는 회사에 채용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소셜 미디어 글로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자신의 업을 멋스럽게 알리는 한 줄의 광고가 소비자를 불러들이기도 한다. 문장 구사력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씨 또한 글이 삶을 바꾼 대표적 사례다. 한 줄의 글이 삶을 바꾼다. 읽고 나니 저자의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기자, 마케터, 글쓰기 강사로 20년을 걸어온 저자의 첫 책이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어 한 작가의 애정이 보인다. 책은 글쓰기 입문, 글쓰기 실전, 글쓰기 활용을 전한다.
‘사회적으로 글쓰기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가 쓰는 이의 사고 능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글쓰기 입문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저자의 조언이다.
문해력이 좋아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인 성인 상당수가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이 문해력을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의사소통 과정이라면, 세대 간의 소통이나 가족 간의 소통 또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문해력 확장 방법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기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물음표들을 마침표로 끝내는 문장들이 많아지는 건 아닐까. 찍고 싶은 마침표를 잠시 멈추고 물음표를 달아내는 힘을 키워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래야 삶의 순간순간 경탄을 자아내는 느낌표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글쓰기에는 식상한 소재가 없다. 단지 새롭게 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감동하는 능력도 어떻게 보면 새롭게 보는 사람들 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일상에서 감동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두어야 한다. 창문 사이로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아침 햇살도 감동스럽고, 우리 집 앞에서 울어주는 새들의 노래도 명곡이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수십 가지의 감정들을 갈고 닦아내야 빛이 난다.
소설가 김영하의 작가 정의는 명쾌하다. ‘작가란 단어를 수집 하는 직업’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사용하는 어휘가 내 생각의 범위다.’ 머릿속에 든 생각들을 종이 위에 내릴 때 부딪치는 어휘부족을 아직도 겪고 있다.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부지런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우아하게 종이 위에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내기 위해서는, 세상에 흩어진 단어들을 찾아 백조의 발처럼 물아래에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알리고 난 후, 문장을 쓰는 기본 원칙을 소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1246법칙은 기억하기 쉬운 공식이다. 한 문장에 한 가지만 담기(1), 기본 문장에 충실한 주어와 서술어(2), 접속사 사용의 공식 ‘낄끼빠빠(4.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 육하원칙에 충실하기(6)다.
첫 문장을 잘 쓰려면 요약 문장으로 시작하고, 인용으로 시작하기, 명제로 시작하거나 묘사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또는 질문을 던지고 번호를 붙여도 좋은 시작법이라고 하니 그냥 부담 없이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피해야 할 문장도 기억해야 한다. 식상한 문장 쓰지 않기, ‘나’를 난발하지 않기 그리고 긴 문장보다 짧은 문장이 전달력이 더 좋다는 것이다. 단문과 장문의 비율이 3:1에서 5:1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조지프 퓰리처의 인용글이다.
글을 쓰다 보면 주절이 주절이 엮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나친 꾸밈은 둔한 느낌을 주는데... 가끔 잊었었다. 저자의 말처럼 글쓰기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함을 알 것 같다. 반복된 단어 지우기, 중복된 의미 하나로 뭉치기 그리고 조사, 접속사, 동사에서 군살 빼기 등이다. 몸에 잔뜩 낀듯한 지방 덩어리가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이 들 때 생활의 리듬감이 경쾌해지듯이 글이 지나가는 자리도 눈과 머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글을 다 쓰고 나서는 퇴고라는 중요한 과정이 남아있다. 퇴고 과정에서는 밀당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독자의 시점에서 문장을 바라보는 법을 알아야 하고, 제3의 시각으로 내 글이 타당하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다. 완성된 글이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생각을 쉽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글임을 알 것 같다. 당연히, 문법에 맞게 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반복된 부분은 빼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글쓰기의 실전 편은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쓰는 힘도 주지만, 어떻게 좋은 글인지 알 수 있는 법도 알려 주는 듯하다. ‘어떤 미사여구도 솔직함을 이길 수 없다.’ 솔직 담백하게 쓰기에 대한 명언이다.
논리적인 글쓰기에서는 수식어보다는 주어와 서술어가 명확히 드러나는 단문형이 좋다. 그리고 지시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접속어도 잘 넣을 수 있어야 함을 전한다. 논리적인 글쓰기의 법칙 오레오(OREO: Opion, Reason, Example, Offer)를 통해 주장, 근거(이유), 사례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패턴을 유지한다면 글쓰기의 부담이 줄 것 같다.
“주어를 ‘나’에서 ‘너’로 바꾸면 우리의 의식은 상대를 향하게 된다.”
무형식의 형식인 수필을 쓰는 방법도 잘 소개되어 있다. 짧은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쉽게 쓰려는 노력을 하라고 한다. 진부한 문장보다는 ‘대화체’로 쓰라고 조언한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감을 활용하고, 역동적 단어를 사용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써보라고 한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인물의 반응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여운을 남기는 문장을 제안한다.
‘산 사람을 깊이 알고 이해하는 데 사랑 만한 경험은 없다.’ 시는 한 사람의 마음을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글쓰기 기술이다. 시는 세상을 어제랑 딱 1도만 다른 시선으로 보는 연습을 할 때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단어를 수집하고, 그 단어의 규칙성을 찾아보라고 한다. 자신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고 활용해서 시를 쓰는 연습을 해보라고 한다. ‘자신을 정의하는 방식은 모작에서 시작했지만 결과는 창조적이다.’
반복은 시적 강조라는 개념도 이해가 된다. 15분 시 써보기로 자신의 마음을 내려보는 일상은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기쁨을 줄 것 같다.
책은 이력서 쓰는 법, 기획안 쓰는 법, 기억에 남는 광고 문구 쓰는 법등 실생활에 필요한 쓰기 능력을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어, 그 분야의 글쓰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일 것 같다.
글 쓰는 일이 자신의 마음을 만나는 또 하나의 길이다. 배우고 갈고닦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타인을 더 이해하게 되고,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낀다. 인생에 안개가 느껴질 때, 쓰기를 통해 삶을 비추는 햇살을 끌어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