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솔직한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여자]- 카미유 로랑스
카미유 로랑스의 <여자>는 여성의 삶 속 깊이 숨겨진 감정과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책을 읽기 전까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때로는 고독한 여정인지 몰랐다. 세상에 태어난 여자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며, 자신을 닮은 딸을 바라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사회 속에서, 가족 안에서,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또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가. ‘여자’라는 책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묻게 만든다. ‘나는 그 험난해 보이는 여자라는 길을 어떻게 걸어 한 여성으로 살아온 걸까?’
책은 조용한 한 여성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산부인과 병원에서 ‘딸입니다’라는 말로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린다. 프랑스인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세밀한 감정과 상황을 전달해 준다.
‘너는 말에서 태어나 장미처럼 입속에서 꽃을 피웠어.’ 여자 아이의 탄생은 일부러 딸이라도 괜찮다는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필요한 시대가 느껴진다.
여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작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마음의 굴레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 보인다. 사랑받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갈 여유는 없다. 엄마, 아빠의 부부 갈등에도 상처받고, 언제 적으로 돌별할지 모르는 언니와 태어나자마자 죽은 여동생조차 마음의 무게로 안고 살아가는 저자다. 일상의 작은 말 한마디로 여린 아이들에게 생채기를 낼 수 있다. 말이 던지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어른인 우리는 수많은 생채기로 단련되어 있고, 상처에 딱지가 않아 큰 아픔이 없지만, 아이들은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수많은 상처투성이를 하나씩 받아들이는 과정이다는 생각을 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조심스러워야 함을 알 것 같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성의 삶을 둘러싼 압박 속에서 가장 힘든 건 남으로부터 구걸하듯 얻는 사랑이 아니라 자가 자신을 향한 무한한 사랑부터다. 주인공이 만나는 인물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들이다. 부모의 갈등이 고스란히 저자의 여린 가슴에 투과되고, 끊임없이 진행되는 언니와의 사랑 쟁탈전이 날로 전해 진다. 큰 할아버지의 성추행 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 일을 당한 저자에게 사소한 일로 치부해 버리는 가족 구성원들이다. 왕 할머니,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딸인 저자까지 4대가 사는 여성 중심의 가족처럼 보이지만, 남성 중심의 불합리함이 당연하게 깔려 있다.
저자가 살아온 평범해 보이는 삶에도 투쟁할 요소가 보인다. 유년기를 지나고, 소녀가 겪는 성의 정체성 그리고 결혼 후 남편과 생활하는 단계들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삶이란 소리 없이 진행되는 전쟁일 수 있다.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홀로 마주하는 감정들로 일상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 따뜻한 배려의 말들을 조용하게 건네주는 일이 한 가정의 평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평화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여성의 삶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문학을 찾는 사람 그리고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다. 읽는 동안 날로 접하는 저자의 경험들은 결국 삶은 ‘어디에 있든 홀로 마주하는 바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나의 것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쉼 없이 해낼 때,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카미유 로랑스의 ‘여자’는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질문을 심어 주는 책이다. ‘당신은 어떤 여자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오래도록 여운이 된다.
사회가 만든 여자라는 정체성의 테두리가 아니라 온전한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찾고 싶은 마음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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