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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위대한 철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이준형

by 조윤효

철학에 익숙해지는 법

익숙함이 사유의 문을 연다. 삶을 조금 더 깊이 보고 싶을 때, 우리는 철학을 떠올린다. 하지만 막상 철학책을 펼치려 하면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왜일까? 낯설어서다. 익숙하지 않으면 선택되지 않는다. 그래서 ‘익숙해지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철학책을 만나기 전, 그 주변을 서성이며 이야기를 듣는다. 광고도 자꾸 보면 익숙해지듯, 철학도 자꾸 곁에 두면 어느새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철학에 물들고 싶다면 먼저 관련된 이야기책, 혹은 청소년용 철학 입문서부터 읽어보자. 그것이 첫 단추다. 익숙함이 쌓이면 언젠가 철학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사유의 여정이 깊어질 때

책 속의 30권 철학 고전에는 저자의 독서 여정이 녹아 있다. 그 길은 아무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사유의 내공이 쌓인 이만이 다가갈 수 있는 성역처럼 느껴진다. 저자에게 철학의 시작은 한 국어 선생님이었다. 시인이자 연극 동아리 지도교사였던 그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너로 살아야 한다.
그 말과 함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건넸다. 그 한 권이, 한 문장이, 철학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시기가 있다. 그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된다는 건, 이제는 내가 그런 말을 건네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삶의 길 위에서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겨울의 솜이불처럼 따뜻하다.


사유는 세상을 맑게 한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말했다.
사유하기를 멈추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악은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무사유(無思惟)’ 속에서 태어난다. 사회는 언제나 악의 탁류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사유하는 개인이 늘어날 때, 흙탕물은 가라앉고 맑은 물이 흐른다. 요란한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조용히 사유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완전히 흐려지지 않는다.


철학은 결국 ‘삶의 기술’이다

니체는 “자기 자신을 극복하며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존 롤스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사회의 근본을 흔들었다.
루소는 다섯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도 『에밀』을 썼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성장을 소설로 보여준 그의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닫힌 사고로 아이를 재단하지 않는 일이다.

교육은 밀어 넣는 게 아니라, 격려하고 바라봐주는 일이다. 알면서도 잘 안 되는 일. 그래서 더 철학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언어,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법

비트겐슈타인은 말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이해한 세계를 언어로 나눈다.
이 한 문장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그리고 소크라테스에서 칸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각자의 시대에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준 스승들이다.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문장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철학책은 결국 ‘나’로 돌아온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읽을 책은 많다. 그래도 철학은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안의 혼란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종소리이기 때문이다. 철학책을 읽는다는 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다. 그 여정의 첫걸음은 ‘익숙함’에서 시작된다.

익숙해질수록, 사유는 내 삶의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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