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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바꾸는 법

by 책봄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앤서비 호로비츠의 소설 <맥파이 살인사건>에는 이 질문의 해답이 들어있다.


"책으로 인생이 바뀌려면 떨어지는 책에 맞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려면 책을 읽는 걸로는 안된다. 떨어진 책에 맞아야한다. 아주 두껍고 단단한 책에 맞아 어디 한 곳에 고장이 나야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뀐다. 바꿔 말하면 한 권의 책을 읽고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는 의미다. 설령 인생이 바뀐다 할지라도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은 위험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답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협하고 오만해지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읽어야 책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양보다는 얼마나 깊이 읽었느냐의 문제다. 깊이 읽는다는 것은 책에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사유하는 과정을 뜻한다. 시작은 단순한 흥미로 시작했더라도 양이 쌓일수록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고, 이는 곧 인생의 변화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며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질문은 내용 파악을 위한 질문이다. 보통 200~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는 사람은 드물다. 매일 조금씩 바쁘면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열어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앞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당연한 결과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대부분 휘발된다. 단기기억장치가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은 15~30초 정도이며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7개 내외로 적다. 전화번호가 7~8자리로 구성된 이유도 단기기억장치의 정보처리 양 때문이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복, 의미부여, 시각화, 감정자극 등 정보에 대한 재처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때문에 질문없이 쭉 글만 읽다보면 대부분 잊혀지고 마는 것이다.


앞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중요한 사건을 기록해두기도 하지만 요즘은 챗GPT를 활용해 요약을 부탁하기도 한다. 다만, 이미 많은 정보가 쌓여있는 고전의 경우 굉장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신간의 경우 정보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프롬프트 예시

"나는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어. 오늘 5장을 읽을건데 오랜만에 읽는거라 앞의 내용을 잊어버렸어. 4장까지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줘."


책 속 설정 혹은 주인공의 심리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도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독일문학 최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작품 <책 읽어주는 남자>는 전후세대가 기성세대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으로 독일인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36세 여성 한나와 15세 청년 미하엘의 육체적 사랑을 가감없이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성년자와 성인의 관계를 받아들이기 힘든 독자에게는 거북할 수 있다. 이럴 때 질문을 던져보자. 작가는 왜 36세 여성과 15세 남자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만들었을까? 자극적 소재로 이목을 끌기 위해서였을까? 서양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관계에 관대한걸까? 답을 찾기 위해 주변에 물어볼 수도 있고, 먼저 책을 읽은 사람의 후기를 찾아볼 수도 있고, 작가의 인터뷰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다. 챗GPT를 활용해 의미를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하나의 의견일뿐 그 생각이 정답이 아닐수도 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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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표면적인 이야기 외에 작가가 숨겨둔 뜻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의미를 잘 모르겠을 때도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밀렌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겉으로 보기에는 네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지만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반복되는 이야기, 소설 후반에 등장하는 '키치’라는 용어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런 소설을 만났을 때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덮어버리는 독자와 집요하게 그 뜻을 파고들어 질문하는 독자 사이에는 점점 더 큰 간격이 벌어진다.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적은 책을 읽어도 더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책을 꾸준히 읽다보면 어느 순간 한층 성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소한의 독서로 빠르게 변화를 원한다면 질문하며 읽어야 한다. 질문하는 독서법은 혼자서는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해석해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정이어려운 배경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내용 이상의 숨은 의도나 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한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꼼꼼히 읽으면 열 권 이상을 읽는 효과가 있다. 이것이 최소한의 책으로 인생을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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