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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중에 묻는 질문들

by 책봄

어떤 책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가 하면 어떤 책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자꾸 멈추게 되는 책이 있다. 한동안 열심히 읽던 책을 바빠서 덮어두었다가 한참만에 다시 펼쳐보면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때도 있다. 그 탓에 어렵게 시작한 독서가 흐지부지 끝나버리기도 한다. 일단 독서할 때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고, 길을 잃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존스턴과 하인즈의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15~20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15분이 지나면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더욱이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으로 평균 집중 시간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는 연구도 있다. 아무리 흥미로운 내용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우리 뇌는 피로를 느끼고 집중력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전략들을 이용해보자. 그 첫 번째 전략은 시의적절한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책에 몰입한 경우라면 질문이 흐름을 끊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독서 중에도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천천히 읽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1) 등장인물 질문하기

소설을 읽다 보면 이야기의 흐름보다도 등장인물 때문에 헷갈릴 때가 있다. 특히 외국소설을 읽을 때는 낯선 이름이 여럿 등장하는데다 성과 이름을 혼용해서 부르거나 가족끼리만 부르는 애칭을 사용하다 보니 보통 이름으로 상대를 부르는 우리 문화에서는 등장인물이 헷갈릴 수 있다. 이럴 때는 소설을 읽는 도중이라도 등장인물을 다시 정리하고 책을 읽으면 훨씬 도움이 된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은 액자식 구성으로 하녀 넬리가 손님 록우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세대가 두 번 바뀌는데 비슷한 이름이 반복되기 때문에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헷갈릴 수 있다. 정식은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직접 정리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챗GPT를 활용해 소설 속 등장인물을 정리해줄 것을 요청해볼 것을 추천한다.


2) 등장인물의 심리 파악하기

어떤 책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다. 소설 속 주인공 스토너의 아내 이디스는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 인물로 스토어의 인생은 물론 하나뿐인 딸 그레이스의 인생마저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나는 블로그에 이디스의 심리를 분석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모두 ‘소설을 읽으며 이디스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덕분에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이 글로 인해 그 캐릭터, 혹은 이 책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라는 후기였다. 즉,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던 등장인물의 심리를 좀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나니 소설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은 이야기 자체 보다 인물의 감정을 따라갈 때 더 생생하게 느끼고 쉽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등장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① 동기 탐색 질문 : 00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② 인물의 배경 질문 : 00의 성장배경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③ 관계 질문 : 주변 인물들은 00을 어떻게 대하는가?


3) 내용파악을 위한 질문하기

어떤 책은 내용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는 핵심 갈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야기의 핵심에는 언제나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갈등 사건을 중심으로 이 사건에 얽힌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갈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정리해보는 것이다.

이 때, 갈등을 이야기하는 화자가 누구인지 먼저 파악하면 좋다. 소설에서는 크게 4가지 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화자가 되어 ‘나’의 경험을 말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 이야기를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전달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 그/그녀로 서술하여 거리감을 두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3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가 모든 인물의 생각과 사건을 알고 서술 하는 방식인 전지적 작가 시점, 마지막으로 여러 인물이 각자 화자가 되어 서술하는 방식인 복수 시점이 있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화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어떤 시점에서 말을 하고 있는지 알면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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