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스콧 피츠제랄드가 쓴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개츠비의 사랑과 성공을 다룬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을 골랐을 때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예고편을 떠올렸다. 고급스러운 배경에 미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며 모든 것을 다 가진 상류층 남자의 성공 스토리일거라고 예상했다. 제목도 ‘위대한’ 개츠비라고 하니 화려하고 세련된 이야기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을 빗나가기 시작했다. 개츠비는 거대한 저택에서 매일 밤 화려한 파티를 여는 상류 사회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했던 슬픈 사연을 가진 남자였고, 첫사랑 데이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이었다.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초반에 화려했던 개츠비의 모습과 대조적인 그의 모습이 쓸쓸함을 남긴다. 그렇게 소설을 다 읽은 후 질문이 생겼다. ‘위대한’ 개츠비. ‘쓸쓸하게 마무리 된 그의 삶을 위대하다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부분이 위대하다는 걸까?’ 제목과 실제 내용 간의 거리로 일종의 인지부조화를 느낀 뇌는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에게 <위대한 개츠비>는 책을 읽는 순간 보다 덮고 난 후 개츠비의 어떤 부분이 위대한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을 덮는 순간 또 한 번의 독서가 시작된다. 두 번째 읽기에서 처음 읽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모든 책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어렵더라도 특별히 더 인상깊었던 책이 있다면 반드시 글이나 말로 표현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는 독서를 하며 쌓았던 질문들의 해답을 찾고, 그것들을 종합하여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SNS에 리뷰를 쓸 수도 있고, 영상을 찍어 말로 남길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필사를 할 수도 있고, 직접 낭독해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골라 기록을 남겨두면 나만의 자산이 된다. 또 이렇게 2차 생산을 통해 한 번 더 책의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우리 뇌는 이 책을 장기기억 속에 저장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회가 된다면 독후감 대회나 각종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할 수도 있다. 리뷰를 작성하는 것이 적성에 맞다면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서평단에 지원해 신간을 미리 만나보는 것도 좋다. 온라인 서점에 후기를 남기고 포인트를 쌓거나 우수작품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기록용으로만 활용하고 싶다면 노션같은 프로그램에 독서노트를 작성해둘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위한 간단한 목차를 요청하거나 리뷰 초안을 적어달라고 주문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초안일 뿐 이것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했더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고, 챗GPT가 적어 준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면 독서 후 내용을 정리하는 사고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챗GPT가 만들어 준 초안을 바탕으로 나만의 언어로 다시 한번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진짜 나만의 글로 완성해야 한다.
이렇게 독서 후 질문들을 바탕으로 서평을 작성하는 일까지 마쳤다면 마지막으로는 내 삶에 적용해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독서로 삶이 변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차별과 혐오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는 비슷한 경험이 없었는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다짐해본다거나 소설 속 아버지의 이야기를 자녀교육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또는 연계독서를 통해 독서의 범위와 지식의 확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책을 읽고 나치 정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빅터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또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같은 책을 이어서 읽으며 수용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도 있고,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역사책을 읽어볼 수도 있다. 혹은 영상매체와 연결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찾아보며 소설의 감동을 다시 한번 영상으로 느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도 챗GPT에 연계해서 볼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원하는 주제의 책을 골라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