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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스텔라, 폭풍처럼 자라나는 작은 우주

언어와 인지의 폭발, 마음을 말하기 시작한 아이

by 슈퍼거북맘

오랜만에 글을 쓴다.


지난 2개월간 영어 몰입 프로그램 한다고 의도적/반강제적으로 한국어를 멀리했는데, 이건 도무지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 간만에 로그인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우주를 키우는 일.

요즘 스텔라 안에서 작은 우주가 폭풍처럼 자라나고 있다.


얼마 전 만 7세 생일을 지나면서 아이의 내면에서, 그리고 뇌 속에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이의 소중한 그 성장의 순간은, 지금이 아니면 기록할 수 없기에.



스텔라는 현재 미국 공립학교 Kindergarten에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유치원이 학교와 별도의 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 첫 학년이 킨더이다. 작년 8월에 만 5세로 처음 킨더에 입학했는데 1년간 잘 생활했지만 아직 1학년으로 올라가기엔 준비가 조금 덜 되었다고 판단되어 올해 8월부터 킨더 1년을 더 다니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같은 학년을 1년 더 다니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학교나 부모의 판단으로 그렇게 선택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새로 오는 경우에는 일부러 한 학년 낮춰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내내 치료센터만 다니던 스텔라가 처음으로 정식 기관에 다니는 거라, 기초부터 탄탄히 하고 올라가는 것이 더 좋을 거라 판단했다.



예상대로 스텔라는 학교에 잘 다니고 있다.


작년과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은 바뀌었지만, 1년 다녀본 경험이 있고 같은 내용을 한 번 더 배우니 작년보다 한결 더 편안하고 즐겁게 다니는 중이다. 원체 불안이 높고 겁이 많은 성향이라 작년 처음 학교에 다닐 때는 초반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일반학교 일반반에 15명이 넘는 미국 아이들 틈에서 영어도, 기타 발달도 또래에 비해 늦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스텔라가 위축될 법도 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쓰거나 울지 않은 것도 기특하다.


다행히 올해는 금방 적응해서 선생님과도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학교에서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 스스로 과제도 열심히 참여하고 친구와 노는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 스텔라를 픽업하러 갔는데 같은 반 남자 친구와 손잡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코 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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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ABA 조기교실에 다닐 때만 해도 기능이 너무 낮아 장애전담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였다. 이렇게 일반학교에 잘 적응해서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다.


스텔라의 폭발적 성장을 영역별로 정리해보았다.



1. 언어의 폭발


자기표현이 정확하고 적극적임


요즘 의사 표현이 명확하고 적극적이다. 현재 반일 학교, 반일 ABA 클리닉 스케줄을 운영 중인데, 학교가 끝나고 센터로 이동할 때 "싫어", "학원(ABA 센터를 학원이라 명명함ㅋㅋ) 안 갈 거야", "집에 가서 쉴 거야" 등등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하기 싫은 일은 강하고 분명하게 안 한다고 말해서 더 이상 억지로 뭘 시킬 수가 없다.



스스로 언어를 습득함


보통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서 언어를 습득하고 확장해 간다. 일부러 각 잡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말이다. 하지만 스텔라는 그게 잘 안되어 각 잡고 가르쳐 주어야 했다. 모든 단어, 모든 문장,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 하나하나 다 '입력'하고 반복해서 연습시켰다.


그런데 이제는 스텔라가 '입력'된 언어뿐 아니라 스스로 '습득'한 언어를 산출해 내기 시작했다. 내가 각 잡고 가르쳐 준 적이 없는 단어, 문장들을 내뱉는 걸 보면 가끔 깜짝 놀란다.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예를 들자면


스텔라: (밥을 먹다가 식은 스튜를 내밀며) 엄마 데워줘

나: (전자렌지에 데운 후) 자 이제 따뜻하지?

스텔라: 아직도 차가워


내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 "아직도"라는 부사를 함께 써서 상황과 문맥에 맞는 대답을 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이중언어 활성화


한국어가 완전히 습득된 후 영어에 노출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한참 한국어가 올라올 즈음에 미국에 온 터라 스텔라 입장에선 처음에 조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의 말랑한 뇌는 금방 적응하고 두 언어를 함께 습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스텔라도 조금 느리긴 하지만 이중언어를 습득하고 있는 중이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지만(그나마도 요즘엔 내가 영어 몰입한다고 스텔라에게도 영어로 말함) 학교나 센터에서는 영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스텔라는 두 언어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어떤 단어는 한국어로, 어떤 단어는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로 대답하고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어로 대답한다. 어떤 때는 한국어로 물어도 영어로 답하기도 한다. 그때그때 본인이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하는 것 같다.


또 혼자 놀이할 때도 끊이지 않고 말을 많이 하는데 가만 들어보면 영어와 한국어가 섞여있다. 여기저기서 들었던 말들, 책에서 읽은 문장, 본인이 꽂혀있는 주제에 대한 새로 배운 단어 등등 언어를 내면화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문장의 길이, 구조 확장


한 번에 발화하는 문장의 길이가 늘어났고 문법적 구조도 보다 정교화되었다.


예를 들어 어제도 왼손과 오른손에 서로 다른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왼손에는 00 들고 오른손에는 -- 들었어" 라고 했다.


영어로는 "I want building blocks with mommy", "Mommy sits on the sofa" 와 같은 문장을 조금 천천히 말하는 정도이다.



긍정언어 내면화


내가 평소에 늘 해주는 긍정언어를 내면화해서 스스로 말한다.


I'm good enough.

You're doing very very well.

I'm already whole.

(I love you the most) in the whole world.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언어의 기능이 '요구'에서 '소통, 표현, 지식공유'로 확장됨


언어의 발달 단계상 그렇듯 스텔라의 언어 기능은 대부분 '요구'였다.

뭐뭐 먹고 싶어, 하고 싶어, 가고 싶어 등등.


그런데 이제 언어의 기능이 요구 수준에서 벗어나 소통과 표현, 자기가 배운 지식을 공유하려는 욕구로 확장되었다고 느낀다.


얼마 전 학교에서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데 스텔라가 볼에 판박이 스티커를 붙이고 왔다. 내가 이게 뭐냐고 물었던가? 스텔라가 자발적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 스티커를 가리키며 00라고 영어로 말했는데 내가 못 알아들었다. 지금도 뭔지 모르겠다 ㅋㅋ 아직 영어 발음이 명확하지 않고, 명확했어도 내가 모르는 단어는 스펠링을 눈으로 보기 전에는 잘 못 알아들었을 게다.


나도 모르는 영어를 스텔라가 학교에서 배워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했다.

이제 더욱더 나보다 스텔라가 영어를 더 잘하게 되겠지.



질문에 맥락과 상황에 적절한 대답과 정보교환


예전에는 질문에 대답을 못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일일이 입력시켜 주었다면, 이제는 짧은 단어 하나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대답한다. 보통 누구, 어디, 무엇에 대한 질문인데 그에 대한 대답을 적절하게 잘한다.


지난 주말에 나는 1층에 있었고 남편은 2층에 있었는데, 스텔라가 1, 2층을 분주히 오가며 놀다가 1층에 내려왔길래 물었다.


나: 아빠 뭐 해?

스텔라: (잠시 생각하더니) 앉아있어

나: 어디에 앉아있어?

스텔라: (잠시 생각하더니) Table!


그동안 스텔라와 의미 있는 정보교환이 어려워서 속상했는데 이제 조금씩 의미 있는 의사소통, 맥락과 상황에 적절한 대답을 통해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또 요즘엔 과거를 회상해 대답하는 실력도 많이 늘었다.


지금까지는 아까 뭐 했는지/뭐 봤는지에 대한 대답을 못해서 내가 사진을 보여주거나 힌트를 주어야 했는데 이제 곧잘 스스로 회상해서 대답한다. 덕분에 학교에서 뭐 했는지, 뭐 먹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이 점점 수월해질 것 같다.




2. 인지의 확장



공간지각력 향상


스텔라가 요즘 꽂혀있는 놀이는 블록 놀이이다. 자석으로 된 평면 타일인데 사각형 6개를 가지고 정육면체를 만들어 성을 쌓았다가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만들며 놀고 있다. 이미 학교에서 입체도형에 대해 배운 터라 정육면체가 cube인 건 알고 있었는데 내가 큐브를 만들며 몇 개의 사각형이 필요한지 같이 세보며 알려주고 윗면, 밑면, 옆면 등도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도 각각의 수학 용어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등도 찾아보고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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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혼자서도 큐브를 만들어 손가락으로 짚으며 윗면(top face), 아랫면(bottom face), 옆면(side face)을 반복해서 말하면서 스스로 공간 개념을 학습했다. 또 내가 가르쳐 준 적도 없는 전개도에 대한 개념을 스스로 터득했다. 물론 6개의 사각형 전체로 완벽한 전개도를 만든 건 아니었지만 4개를 바닥에 붙여서 깐 뒤 세워서 기둥을 만든 뒤 나머지 2개의 면을 채우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나머지 2개의 사각형을 어디에 붙이면 한꺼번에 큐브로 만들 수 있는지 조금 도와주면서 전개도에 대한 기초 개념을 학습했다.


또 삼각형 타일에 정삼각형, 직각이등변삼각형, 이등변삼각형 종류가 있길래 그것도 영어로 가르쳐 주었더니 반복해서 보고 듣고 말하며 연습하고 있다.



비교 및 분류 개념 습득


역시 블록 놀이를 하던 중 스텔라가 삼각형을 쌓아 2개의 더미를 만들더니, 그 두 개를 비교하며 more, fewer이라고 자발적으로 말하는 게 아닌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많고 적음의 개념을 비교해서 말하기 함께 연습하고, same에 대한 개념도 두 더미를 같게 만들어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시킨 게 아니라 본인이 재미있어하며 반복적으로 그것을 연습한다는 것이다.



수 개념의 감각적 이해와 기초 연산 개념 연습


그동안 스텔라는 숫자를 알고 셀 수는 있었지만 수 개념을 완전히 이해했다기보다는 그냥 기계적 수 세기 단계였다. 얼마 전 숫자 카드(여러 사물, 점, 손가락 수 표현)를 보여주며 일일이 세지 않아도 딱 보고 몇 개인지 알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손가락을 펴서 카드의 수와 물건의 수를 하나하나 매칭해 보고 반대로도 해보는 등의 수 놀이를 함께 했다.


소근육 발달이 늦어 손가락 분화도 늦었던 스텔라는 이제야 손가락 10개가 분리되어 하나씩 따로 펴고 접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수 놀이가 재미있었나 보다. 그 뒤로 틈만 나면 자기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접으면서 숫자를 말하며 스스로 몰입하고 있다.


덕분에 수 개념을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스킬이 늘었고 더 나아가 기초 연산 개념까지 연습하고 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펴면서 또는 블록을 하나씩 더하면서, 하나 더 큰 숫자와 더하기 개념을 연결해 반복 연습 중이다.



플래시 카드 학습에 높은 흥미


스텔라는 어릴 때부터 책이나 카드 등 시각 자료를 좋아하고 이를 통한 습득이 빨랐다. 한동안 플래시 카드를 안 하다가 얼마 전부터 영어 동사 카드를 플래시 카드로 보여주었다. 역시 스텔라가 매우 좋아하면서 며칠 만에 카드 전체의 동사를 금세 습득했다. 카드 보여주고 내가 동사 말하면 맞는 카드 고르기, 반대로 카드를 보여주면 해당하는 동사를 말하기, 또는 카드를 보여주며 "What is she doing?" 하고 물으면 "Dancing"이라고 대답하기, "Is she eating?" 질문에 Yes or No 대답하기, 카드 보고 직접 몸으로 움직이기 등등 카드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잘하고 또 좋아한다.


이제 명사 카드도 같은 방식으로 학습할 예정이다.



과학적 탐구심 발달


집에 지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림책 중 달에 관한 책을 스텔라가 좋아했다. 그래서 한 달 전 워싱턴 D.C에 여행 가서 우주항공 박물관에 오랜 시간 머물며 달을 비롯한 태양계 섹션을 둘러보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여세를 몰아 도서관에 가서 달에 관한 책을 사서에게 추천받아 5-6권을 빌려왔다. 그런데 스텔라가 보기엔 너무 어렵고 두꺼운 책들이었다. 내가 읽어도 단어를 잘 모르겠는 본격 과학 지식 책.


엄청 글자가 작고 글밥도 많은 그 책들을 스텔라가 듣든 말든 나는 큰소리로 읽어주었다. 물론 나도 모르는 단어가 많았기에 일일이 단어를 찾아보면서. 그러던 중 스텔라의 관심을 끄는 내용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달의 위상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키즈용 책은 그냥 달이 모습을 바꾼다는 정도만 소개되지만, 이 책들에서는 내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해-지구-달의 위치와 관련해서 심도 있게 설명되어 있었다. (사진을 왜 안 찍어놨지;;)



New moon-Waxing crecent moon-First quater moon-Waxing gibbous moon-Full moon-Waning gibbous moon-Last quater moon-Waning crecent moon-New moon으로 구성되는 달의 위상 변화 사이클에 흥미를 보이면서 나도 몰랐던 이 영어 단어들을 틈만 나면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과학 책도 꺼내서 같은 내용을 한국어로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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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지구본도 구입해 태양과 달, 지구의 위치와 움직임에 대해서 말해주었는데 스텔라가 아주 재미있어했다.


결국 달을 직접 관찰해 보기로 하고 내가 사는 지역의 달 상태와 뜨는 시각 등을 찾아보고 밖으로 나갔다. 처음 나갔던 날은 초승달을 보려고 해 질 무렵 낮은 언덕에 올라갔지만 나무에 가려서 보지 못했다. 그 후에 바로 집 앞에서 하늘 높이 뜬 상현달을 처음 본 순간의 즐거움이란.


First quater moom이라고 말하며 달을 바라보는 스텔라의 눈빛이 별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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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며칠 뒤, 저녁에 발레 수업을 듣고 오는 차 안에서 해 지기 전 하늘에 조금 더 부푼 달, Waxing gibbous moon이 보이는 게 아닌가. 분명 집 앞에서는 나무나 집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그 달을 스텔라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늘이 훤히 보이는 방향의 도로 갓길에 급히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내려서 스텔라와 함께 볼이 통통한 달을 함께 관찰했다. 나는 이제 다음 주면 완전 동그란 Full moon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요즘 계속 비가 오고 날이 흐린 바람에 밤에는 구름에 가려 달이 안 보여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보름달이 떠있는 게 보여서 급히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첫 달을 보았을 때부터 달력에 관찰한 달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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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집중력 향상


최근 들어 집중력이 향상되었다. 혼자 블록 놀이를 한다든지 카드를 갖고 스스로 학습한다든지 하나의 과제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 아니라, 과제를 끝까지 완수하는 힘도 향상되었다. 하나를 끝까지 하기가 힘들어 자주 중간에 그만두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제 점점 지속력이 늘고 있다.


얼마 전 토요일 한글학교에서 수업 시간이 다 끝났는데도 스텔라가 나오지 않는 거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다 나왔는데도 안 나오길래 교실로 들어가 보았다. 선생님과 자원봉사 보조 선생님이 교실 뒷정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스텔라 혼자 자리에 앉아 못다 한 과제(가위질하고 붙이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가위질과 풀칠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 너무 기특해서 폭풍 칭찬해 주었다. 끝까지 과제를 마무리하는 태도와 집중력에 놀랐다.



영어 및 한국어 문자 습득


말하기와 더불어 문자도 한국어와 영어 모두 습득하고 있다. 한글은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배우고 있는데 어려운 이중모음이나 쌍자음 받침 등 복잡한 글자 말고는 웬만하면 천천히라도 다 읽는다. 다만 쓰기가 아직 원활하지 못한 상태인데 차츰 연습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영어도 대부분의 sight word는 다 읽을 수 있고 내가 평소에 읽어주는 책들은 잘 읽는다.


엊그제는 내가 쇼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었는데 2층에서 잠자리 독서책들을 가져와서 내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단어 하나씩 짚으며 혼자 읽는 걸 보고 너무 기특했다.


소근육이 약해 지금껏 색칠하기, 글씨 쓰기 다 싫어했는데 이제 조금씩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요즘 스텔라가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며 매일 한쪽씩 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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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는 이제 단어를 넘어서 마음을 말한다.

세상을 알아가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 안에는 우주의 리듬이 있다.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텔라만의 우주를 그려나가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스텔라의 정서, 사회성, 그리고 몸의 성장 이야기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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