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처음 내놓은 후 인터뷰에서 “애들은 아이패드를 써 본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자녀가 아이패드 등 IT 기기를 접하는 걸 철저히 막았다. 그것이 자신의 교육 방침이었다고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처럼 다른 IT 기업 대표들도 자녀에게는 철저하게 전자기기 사용 제한을 두었다. 그러면서 그걸 팔아 엄청나게 돈 벌었다.
실제로 스마트폰 등 때문에 뇌가 ‘썩고 있다.’ ‘뇌 썩음(brain rot)’이라는 단어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2024년 선정한 ‘올해의 단어’이다. 넘쳐나는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과도하게 소비한 결과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반영하여 선정했다. SNS 등 온라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면 뇌가 ‘썩는다.’ 뇌를 퇴화시킨다는 것이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같이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깊이 있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줄어들고 외로움도 따른다. 우리나라 상황은 심각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대규모 연구도 짧은(short-form) 영상을 반복적 보면 사고력, 집중력과 충동억제력 저하 그리고 불안과 수면 악화 등 ‘뇌 썩음’ 현상이 나타남을 보여준다. 독서나 문제해결처럼 인내가 필요한 활동을 회피하게 된다. 많이 볼수록 우울감이 커지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며, 사회적 단절이 심해진다. 약물중독과 거의 비슷하다. 문제는 콘텐츠 내용 자체가 아니라 ‘끝없이 스크롤 하는 행위 자체’이다.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로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 없지만 시사점은 분명하다. 인간의 사고과정이 직관과 이성 두 가지로 작동한다는 것이 이중과정이론(dual process theory)이다. 짧은 영상을 보면 이성적 사고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https://pubmed.ncbi.nlm.nih.gov/41231585/
아이들은 3~4살까지 부모와의 관계와 주변 환경과 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음식점에 가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을 종종 본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빠져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디지털 젖꼭지’라고도 부른다. 아이들의 짜증을 달래기 위해 디지털 장치를 잘못 사용하면 감정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짜증이나 화를 막기 위해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고 빨리 사용할수록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그러면 디지털 기기에 더 의존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심각한 감정 조절 문제, 특히 분노 관리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산책을 하다보면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아기는 엄마와 얘기 하면서 웃기도 하고 주변의 풀이나 꽃도 보면서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 엄마가 유모차에 핸드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아기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산책하는 것을 본다. 안타까운 마음에 뭐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지나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