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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고양이의 고향



반려 견은 일방적으로 사람을 따르지만 놀이나 행태를 보면 고양이보다는 더 인간 의존적이다. 고양이는 사람을 반려 견처럼 따르지 않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며 까불까불 뛰노는 모습이 인간이 봐도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놀랍게도 고양이는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중에서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게놈 구조를 가진다.


2020년 8~10세기경의 카자흐스탄 유적지에서 부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유골이 발견되었다. 영향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아 극진하게 보살핀 것으로 보인다. 반려 견뿐만 아니라 ‘집사’ 고양이를 키우는 문화는 오래 되었다. 고양이는 완전하게 가축화된 동물은 아니다. 집을 나가면 사냥하면서 생존하며 짝짓기를 할 수 있는 반가축화(Semi-Domesticated) 동물이다. 도시 고양이는 아파트에서 살지만, 시골 고양이는 집에서 키워도 들에서 쥐를 잡아먹는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집고양이가 길들여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고양이의 가축화는 농업이 시작된 중동 레반트 지역에서 곡물 창고를 노리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가 처음으로 인간과 가까워졌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서 키우는 고양이와 야생 고양이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고양이는 기원전 1만 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시작된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인간과 처음 함께 살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양이는 한 지역에서 기원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들이 오랜 세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유전자 빠르게 변이가 일어나 지역에 따라 집고양이 유전자가 많이 달라졌다.


집 고양이는 신석기 시대(기원전 8000~기원전 1500년)에 농경민과 함께 유럽에 들어왔다고 알려졌다. 고대 고양이 DNA 연구들도 고양이가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서 기원전 4천 년경 신석기 농경민과 함께 유럽으로 확산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025년 게놈 분석결과는 다르다. 집고양이는 레반트 지역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에 서식하던 북아프리카 들 고양이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의미의 집고양이는 기원전후에 유럽과 서남아시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전에 유럽과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고양이들은 유전적으로 유럽 들 고양이(Felis silvestris)로 고대 야생 고양이들의 교잡인 것으로 보인다. 북아프리카 집고양이는 유럽에 유입된 뒤 로마 문명을 따라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서기 1세기에는 영국에도 도달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고대 야생 고양이와 현대 야생 고양이는 북아프리카 야생 고양이와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르데냐 야생 고양이가 초기 집고양이의 후손이 아니라 서기 1천년께 사람들이 고양이가 없던 이 섬에 북아프리카 야생 고양이를 가져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t2642


유전학연구에 의하면 집고양이(Felis catus)는 북아프리카와 근동에서 현재 서식하는 북아프리카 들 고양이(African wildcat, Felis lybica lybica)의 후손이다. 우리나라에는 10세기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실한 시기는 모른다. 그러나 고고학 유물이 부족하고 고대 골격만으로는 야생 고양이와 길들여진 집고양이를 구분하기 어려워서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고양이가 어디서 언제 기원했는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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