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침팬지와 얼마나 같고 다를까
1960년대부터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당시 유럽에서는 쇼킹한 사실이었다. 인간만이 신의 형상으로 태어난 고귀한 존재로 인간만이 도구와 문화를 가졌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지금부터 단 65년 전이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높은 지능을 가지고 가족중심 공동체를 구성한다.
침팬지 속에 속하는 보노보는 침팬지와 더불어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다. 침팬지 속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두 종을 포함하는 속이다. 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단 1.3%, 침팬지는 1.6%의 차이를 보인다. 인간과 보노보는 DNA가 1.3%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의 하나이다.
같은 속이지만 침팬지와 보노보는 많이 다르다. 인간과 침팬지나 보노보가 다르듯이. 침팬지는 원숭이 골을 먹고, 집단 간에 전쟁을 하고, 영아를 살해하는 것이 인간과 닮았다. 보노보는 수컷에 의한 지배가 없고 집단 간 전쟁을 잘 하지 않고 타협하고 갈등이 있을 때 섹스로 풀며 동성애도 일반적이다. 인간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보노보의 뇌는 공감을 관장하는 부위가 더 발달해 있어 상대방의 고통을 잘 감지하고 침팬지에 비해 뇌의 편도 체 사이 연결이 두터운 편이어서 충동을 잘 자제할 수 있다. 보노보는 ‘에로 원숭이’로 불리며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성기를 서로 비비고, 사람처럼 마주보고, 온갖 체위로 섹스를 한다. ‘깊은’ 키스도 하고, 동성 간 섹스도 흔하며 일부일처제가 없어 새끼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먹이를 가진 수컷과 암컷이 성관계를 한 후 먹이를 나눠먹는 ‘성매매’도 일어난다. 보노보도 권력이 존재하여 암컷이 지배하고 새끼를 낳은 암컷이 서열이 높지만 엄격하지는 않고 폭력적인 권력 다툼은 드물다. 갈등은 ‘섹스’를 해서 해결하며 동성끼리도 마찬가지여서 양성애가 일반적이고 이성애는 소수이다. 인간과 거의 같다.
규모가 큰 ‘유인원’ 동물원에 가서 침팬지 등의 생태를 보면 섬뜩할 정도로 인간과 닮았음을 체감할 수 있다. 사회성 동물에게는 유머가 나타난다. 유머는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이다. 인간의 유머는 생후 8개월경 나타난다. 말이 아니라 장난으로 한다. 유머로 웃음을 이끌기 위해서는 언어능력, 사회적 지능, 기억력, 예측능력,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머는 인간의 고유능력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박사 같은 영장류 학자들은 유인원도 유머 행동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2024년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처럼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상대의 웃음을 끌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인원들도 인간처럼 상대의 기대를 이해하고 예측하여 장난을 한다. ‘유머’가 적어도 13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게서 분리되면서 진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보노보는 ‘평화’의 동물임을 부정하는 연구가 2024년 나왔다. 보노보가 침팬지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연구결과이다. 보노보 수컷이 침팬지 수컷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총 2.8~3배 더 많이 한다. 보노보의 분쟁은 대부분 일대일 갈등 상황이었다. 다만 침팬지 수컷은 암컷에게 공격적인 경향을 보인 반면 보노보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공격적인 수컷이 짝짓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암컷이 수컷보다 서열이 높은 보노보 사회에서 예상되지 않았던 모습이다.
보노보는 모계사회로 암컷이 주도하는 사회를 이룬다. 2025년 보노보 무리 내에서 암컷들이 수컷 한 마리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암컷 5마리가 수컷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고 귀와 고환 등을 물어뜯었다. 이 사건 이틀 전 수컷이 암컷과 교미하던 중 암컷의 새끼를 공격하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노보 무리에서 나타나는 공격은 위협이나 가벼운 돌진 등으로 끝나며 신체적 폭력으로 격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비슷한 공격 사례는 지금껏 단 한 건만 보고되었다. 이 지역에서 약 300㎞ 떨어진 다른 보노보 집단에서 벌어졌다. 이 사례의 배경에도 ‘영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보노보도 다른 유인원과 마찬가지고 수컷 간 공격이 나타난다. 암컷들은 자신이나 새끼가 위협당하면 이에 맞서기 위해 무리를 이루는 모습도 관찰된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609822250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