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종말과 미래

1996년 출간된『과학의 종말(The End of Science)』에서 저자인 존 호건(John Horgan)은 “우주와 생명의 핵심적인 비밀은 상당부분 밝혀졌다. 진화론,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같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발견은 어려울 것이고, 과학은 약간의 확장과 교정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과학의 종말』재판 서문에서도 “지식체계의 수정을 요구하는 대 발견은 없을 것이고, 우주와 생명의 기원 같은 근원적인 질문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에는 스탠포드 대학의 수학자 키스 데블린(Keith Devlin)은 “한 세대 안에 우리가 알고 있던 수학은 끝을 맞을지도 모른다.”라고 비관했다. 학문의 발전이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종착역에 도달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나온다.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2021년 경제학계가 지적 다양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다고 우려했다. 자연과학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다른 학문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2014년에는 신경생리학자 스티븐 로즈(Steven Rose)는 “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심리학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비관적인 말을 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강력한 기존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MIT 경영대학원 피에르 아줄라이(Pierre Azoulay)의 논문 「Does Science Advance One Funeral at a Time?」은 제목자체가 재밌다. 거물급 과학자가 세상을 떠나야 새로운 영역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학문세계에서 점점 더 연구주제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나타나기 전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의 비관처럼 공연한 걱정일수도 있다. 물론 실제로 한계점에 다다른 징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맞는지는 미래는 오지 않아 알 수는 없다. 21세기 들어서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고, 힉스 입자가 발견되는 등 놀라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https://www.chronicle.com/article/when-disciplines-hit-dead-ends



우리는 상식적으로 진리가 저 멀리에 있고, 아직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우리가 지금 여기쯤 있지만 노력을 통해 점점 진리에 다가간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럴까. 토마스 쿤(Thomas S. Kuhn, 1922~1996)은 과학의 발전에 그런 식의 방향성은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천문학을 보자. 천동설 시절에는 우주는 구형이고 그 중심에 지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별들은 우주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천구에 붙어 있고, 그것이 하루에 한번 씩 돌며 행성들은 그 별들의 천구와 지구 사이에서 운동한다. 그러다가 뉴턴 역학의 패러다임에서는 우주는 한계도 없고 중심도 없으며, 공간이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뻗어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이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패러다임에서는 우주가 다시 닫혔다는 결론을 내렸다. 4차원적 시공의 구조인데, 빅뱅으로 한 점에서 시작한 것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쿤은 이 세 가지 중요한 패러다임을 볼 때 우주론의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이다음에 어떻게 발전할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과학이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 주제넘은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설사 진리에 접근하고 이었더라도 우리는 그 방향성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토마스 쿤은 과학은 진보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오감을 이용한 지각뿐만 아니라 수학적 추론도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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