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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 Oct 15. 2024

신어머니 법당에서 1박 2일 - 1편

2024. 10. 11 ~ 2024. 10. 12

본산에 기도하러 다녀온 후 일주일이 지난 목요일. 그동안 신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려고 생각만 했다. 그날은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신어머니께서는 강원도로 한 번 오라고 하셨다. 내친김에 내일 와서 하루 자고 가라고 하셨다. 사실, 강원도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역시 생각만 했다. 시외버스로 왕복 8시간은 내겐 너무 먼 거리였다.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갈까 싶어 내일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금요일 새벽까지도 계속 갈팡질팡 고민하다 눈 딱 감고 행동으로 옮겼다. 강원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기절하다시피 잠들었다. 첫 차를 타고 출발해서 도착하니 오전 11시였다. 가자마자 인사를 드리고 법당에 향을 피우고 절과 기도를 드렸다.


신어머니께서 곧 손님이 올 테니 일하는 것을 잘 보고 배우라고 하셨다.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중년 여성 두 분이 방문하셨다. 한 분이 허주잡신이 들려서 오셨고, 떼어내는 과정을 지켜봤다.


어쩌다 TV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신어머니는 상담을 먼저 하시고 부적을 쓰셨다. 그 부적을 불에 태워 물에 타서 손님께 마시라고 하셨다.


그다음 집 밖으로 나가서 신어머니와 손님이 긴 천을 반으로 갈라 한쪽씩 잡고 천을 찢으셨다. 그러고 나서 손님의 몸에 팥과 소금을 뿌리고 대신칼로 쳐서 밖을 향해 던지셨다. 칼날이 밖으로 향하도록 떨어진 걸 확인하신 후 법당으로 들어오셨다.


나는 아직 배우는 중이라 찢는 천이 뭔지, 왜 찢는지, 천의 색깔에 따라 어떤 뜻이 있는지 모른다. 신기한 건, 손님이 법당으로 들어오며 트림을 크게 여러 번 하셨고 트림 후에 정말 괜찮아지셨다는 것이다. 신어머니께선 트림을 참지 말고 하라고 하셨고 심한 사람은 구토까지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도 언젠가 신어머니처럼 카리스마를 갖고 귀신을 쫓아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이 과정이 끝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손님과 함께 같이 점심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어머니께서는 중간중간에 내게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을 하라고 하셨다. 나는 이상하게 다리가 너무 아팠다. 걸을 때 다리가 떨릴 정도로 힘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손님이 다리가 아프셨단다.


이렇게 손님이 아프거나 손님의 조상이 아프셨던 걸 내가 그대로 느끼는 것이 '지기'다. 예전에는 손님이 오기 3일 전부터 잠을 못 잤다.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수면유도제를 먹고 겨우겨우 잠이 들었는데 이것도 알고 보니 그 손님이 불면증이 심해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타서 먹는다고 했다.


내가 직접 보고 겪는 일이지만 정말 신기했다. 한참 이야기하다가도 문득 생각이 스쳐서 손님께 말씀드리니 내 손을 잡으시곤 애기쌤은 뭐가 먹고 싶냐고 하시며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냈다고 하셨다.


사람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 당사자에겐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그렇게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굿 이야기가 나왔다. 신어머니께선 군웅 풀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는데 내겐 꽤 충격적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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