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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 Oct 29. 2024

굿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ㅠㅠ 엉엉ㅠㅠ)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소원도 그만큼 다양하다. 몇 가지로 줄여볼 수 있는데 결론은 아래와 같은 이유다.


부정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복을 기원하는 것.


신어머니와 신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신기하다. 지금까지 안 팔리던 땅이 한 달 만에 팔리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등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이 있다.

신어머니께서 단단히 가르치신 내용 중 하나인데, 굿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맨날 공부는 안 하고 한량처럼 노는 사람이 억만금을 들고 와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하면 되느냐? 아니다. 이런 사람은 신어머니께서 받지 않는다고 하셨다. 열심히 노력해도 한 끗 차이로 안 되는 사람들이 정성으로 빌어야 신에서도 도와주신다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을 다 하고 신께 빌어야 소원이 합당하면 신에서도 이루어주신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굿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사람도 신어머니께선 굿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해봤자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뭐 하러 비싼 돈 들여가며 굿을 하겠나.


흔히 로또 맞게 해달라거나, 병원 치료는 받지 않으면서 굿으로 낫게 해달라고 하는 소원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니 굿을 한다고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신병으로 나의 삶이 와장창 무너졌는데 지금도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현재 상황 상 당분간 간호사로 취업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취업이 되질 않는다. 지금까지 나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힘든 일은 피하고 편한 일만 찾았다.


'나 정도 경력이면 이 월급은 적어.'

'나 정도면 책임간호사를 해야 맞지.'


결국 신령님께도 신어머니께도 혼났다. 가장 밑바닥에서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하셨다. 억울하고 서럽고 화도 났다.


지나고 보니 다 맞는 말씀이었다. 내가 내세울만한 게 뭐가 있나? 다 까놓고 보면 난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힘든 상황도 이겨낼 수 있고 좋은 상황도 겸손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성공해서 큰돈을 만진다면 난 마음이 변할 것 같다. 간절한 마음은 사라지고 오만해질 것이다.


사기꾼으로 전락하는 무당들이 대부분 이 시기를 넘기지 못한다고 하셨다. 신굿 하느라 당장 돈은 없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힘든 상황은 여전하다. 그러다 여러 매체를 이용해 자극적으로 광고해서 손님을 끌어모으고 그렇게 번 돈이 꽤 크니 눈이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간호사뿐만 아니라 식당 서빙, 쿠팡 일용직 등 여러 일들에 지원을 했다.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고 설상가상으로 어제는 집안일을 하다 오른손 검지손가락 관절의 힘줄을 다쳤다.

절망적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애쓰는데 되는 일은 없었다. 왜 사람들이 사기를 치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신이 무섭다. 감히 신의 이름으로 사기를 쳤을 때 받을 벌이 무섭다. 인간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신 앞에서는 안 된다. 이 경외감을 갖고 나는 열심히 기도하며 오늘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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