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의 세계에 입문
신을 받기로 결정한 후 꿈을 참 많이도 꿨다. 그중 인상 깊었던 꿈이 몇 개 있다.
꿈속에서 나와 어떤 할아버지가 함께 있었다. 작고 둥근 소반에 둘러앉아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계셨고 한 손에는 책을 펼쳐 뒤로 접어들고 계셨다. 책은 현대의 책이 아니라 조선시대 책처럼 제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미간에 주름이 잡힌 진지한 얼굴로 내게 책의 내용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계셨다. 나는 꿈에서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런데 막상 산에 가서 신을 받을 때는 글문할아버지의 명패를 받지 못해 애를 먹었다.
최근에 부적에 관한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뭔가 부적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는 애매한 느낌. 신할머니께 배우기로는 부적을 쓰시는 부적할아버지가 계신다고 들었는데 글문할아버지도 부적을 쓰신다고. 귀신의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들을 보호하는 부적이나 사람들을 지켜주는 그런 부적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삼재부나 호신부 같은 것들.
내가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뭐, 나중에 부적이 필요한 손님이 오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신어머니 법당이 있는 지역에서 공예를 하시는 분을 알게 되었다. 가끔 벽조목이 들어오면 벽조목을 가공하는 작업도 하신다고 하셨다.
벽조목이라는 건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인데 악귀를 쫓는 기운이 있다고 전해진다. 시중에 저렴하게 파는 벽조목은 대부분 대추나무를 열이나 전기로 지져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셨다. 자연 벽조목은 구하기 어렵고 비싸다.
며칠 전 갑자기 벽조목 생각이 퍼뜩 들어서 공예하시는 분께 연락을 드렸다. 그랬더니 마침 벽조목이 있다고 하셨다.
순간 이 벽조목을 부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로세로 3 cmx6 cm, 두께는 0.5mm로 가공했을 때 몇 개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하셨다.(나 말고도 벽조목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내 주문만 들어주실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벽조목이 꼭 맞는 주인을 찾아가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