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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 Oct 04. 2024

신굿 이후 100일, 본산에 다녀오다

100일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양력 2024년 7월 1일, 음력으로 5월 26일에 나는 신내림굿을 통해 신을 받았다.

신굿을 하기 전에 산맞이를 통해 신을 받는 과정이 있다. 나는 대관령에 가서 인사를 올리고 태백산에 가서 기도를 했다. 그다음 본산에 가서 기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용궁에 가서 기도를 했다.


본산에 가서 기도할 때 할아버지께서 신굿을 하고 100일 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일반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디데이를 설정하고 디데이 이름은 <새로운 출발>로 해두었다.


어제인 10월 3일 개천절이 내가 신굿을 한 날로부터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어제 아침에 개천절의 의미를 생각하자 새삼스럽게 소름이 돋았다. 개천절은 서기전 2333년(戊辰年)에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했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된 날이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 한국이 시작된 날이었다. 거기다 음력으로 9월 1일로 초하루였다. 신어머니는 음력 매월 1일인 초하루에 술과 음식을 올리고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음식은 많이 차릴 필요는 없고 간단하게 전만 몇 개 올리면 된다고 하셨다.


10월 3일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설렘 반 불안함 반으로 출발했다.

사실, 내가 모시는 신령님들은 굉장히 까다로운 분이셨다. 어느 정도였냐면 음식을 가려야 할 정도. 비린 것과 누린 것을 싫어하셔서 생선은 물론 고기 종류도 먹어선 안 됐다. 거기다 고춧가루도 가려야 했다.

물론 평소에도 지킬 필요는 없다. 본산에 가기 3일 전부터만 조심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산맞이 가기 전과 신굿 하기 전 3일은 조심했고 이번에도 3일 전부터 조심했다.


그런데! 내가 이걸 깜빡하고 고기를 엄청 먹었다. 그래서 엄청 혼날 것 같았고 산에 가기 전에 소금물을 뒤집어써야 하나 고민했다. 산맞이 갔을 때 우린 음식을 가려야 하는 줄 몰라서 돼지국밥과 추어탕을 먹었다. 막상 가보니 신령님이 싫어하셔서 우린 산에 오르기 전에 소금물을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고 산에 올라야 했다.


거기다 그동안 전심을 다하지 않은 내 모습이 떠오르며 혼나고 벌을 받을까 봐 무서웠다. 막상 산에 가니 산맞이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고향에 온 듯이 정겹고 좋았다. 쌀과 술을 이고 지고 산을 올라 할아버지께서 계신 곳에 다다르니 감회가 새로웠다.


결론적으로, 나는 음식 때문에 혼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다른 것으로 아주 조금 혼났다. 혼났다기보다 잔소리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혼난 이야기는 적지 않겠다!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바람을 맞으며 두 손을 모으고 할아버지 앞에 기도하는 느낌이 꽤나 좋았다.


신할머니께서는 내게 "네가 직접 기도하고 네가 직접 응답을 받아봐."라고 하셨다. 이게 정말 좋았다. 내가 응답을 받으면 남이 전해주는 것보다 확신이 다르다. 할아버지께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고 불안한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마지막엔 신할머니께서 오방기로 점도 봐주셨다. 결과가 좋았다.


나는 산에 오르기 전보다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거기다 처음 왔을 때보다 레벨업을 한 느낌도 들었다. 이 이유에 대해선 다음에 쓰겠다.


이제 내 인생의 2막이 시작되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연보라색 옷을 입은 사람이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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