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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매일

약점을 보완하느라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by 김남정

오래전 한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은 약점을 고치는 데 있지 않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우리는 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하루하루의 시간이 귀하게 느껴질수록 알게 된다.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자주'하는 것이 결국 나답게 사는 일이라는 것을.


요즘 나는 매일 짬이 나는 대로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쓴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는 것이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문장이 술술 흐르고, 어떤 날은 단 한 줄을 쓰기까지 몇 시간을 붙잡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모든 시간이 나의 언어와 감각을 다듬어주는 강점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적는 사람이다."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이 말은 요즘의 나에게 일종의 다짐처럼 들린다. 내가 쓸 수 있는 언어로 나를 기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의 강점을 가장 진하게 살려내는 것이다.


며칠 전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당신은 참 꾸준해."

"그건 칭찬이야?"

"그럼, 꾸준하다는 건 재능보다 더 큰 강점이지."


그 말이 고마웠다. 예전의 나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속할 수 있는 일'이 내 강점이라는 걸 안다. 매일의 루틴 속에서 묵묵히 쌓이는 시간이 결국 나를 만든다.


예전엔 못 하는 일 앞에서 괜히 마음이 조급했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붓을 잡았다가,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다르다. 꼭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좋아하는 일에 나의 빛을 비추는 일이다. 어쩌면 강점이란, 남보다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는 마음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는 글을 쓰고, 남편은 퇴원 후 천천히 재활 운동을 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며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상하게도 서로의 강점이 서로를 지탱해 줄 것이다. 나는 남편의 인내에서 배우고, 그는 내 꾸준함 속에서 위로를 얻을지도 모른다. 강점은 혼자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더 빛난다.


며칠 전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써둔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약점을 채우려다 지쳐버리지 말자. 강점 하나면 충분하다." 그때는 다짐처럼 썼는데, 이제는 그 의미가 몸으로 와닿는다. 하루의 끝에 '나는 오늘 내가 잘하는 일을 했는가'를 떠올리면, 불안보다는 고요한 만족이 찾아온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 결국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나의 세계는 거창하지 않다. 매일 글을 쓰고, 따뜻한 물을 천천히 마시며, 문장 하나를 고쳐보는 시간 속에 있다. 하지만 그 작고 평범한 반복이 바로 나다움을 만들어간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약점을 부끄러워하고, 강점을 사소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반대로 살고 싶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애쓰기보다, 나의 빛나는 한 부분을 더 환히 켜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그게 내가 나답게 사는 법이다.


"나는 내가 가진 단점을 줄이기보다, 장점을 더 자주 쓰기로 했다. 그게 곧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ㅡ 나쓰메 소세키




이 글은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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