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은 서울의 식수를 책임지는 팔당댐이 자리한 고장입니다.
도시와 가까우면서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푸른 산이 어우러진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 같은 곳이지요. 개발이 제한되어 사람의 손이 덜 닿은 숲과 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양평의 자연은 나라의 법과 제도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우리들의 마음과 행동이 함께할 때 비로소 보존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이런 생각이 쌓이면 자연은 금세 상처받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자주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연을 지킨다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며칠 전, 우리 마을에서는 닭 울음소리로 인한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닭을 좋아하는 한 이웃이 이동식 주택 옆에서 장닭과 암탉을 여러 마리 키우기 시작했는데, 한밤중에도 울어대는 소리에 몇몇 주민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낮에는 참을 수 있었지만, 깊은 밤의 닭 울음은 생각보다 더 큰 불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이웃집에서 닭 주인을 향해 불편을 호소하면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장닭 소음을 해결해 보려 했지만, 닭 주인은 이웃들의 불편을 헤아리지 못한 말만 했습니다.
“시골에서 닭이 우는 게 뭐가 문제냐”
닭 주인의 이러한 대답으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결국 감정이 상한 이웃집은 민원까지 제기하게 되었고, 그 일로 이웃 간의 관계는 이전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양평처럼 전원주택이 모인 지역은 농촌과 도시의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 법적 기준도 뚜렷하지 않고, 감정적인 충돌이 더 커지기 쉽습니다.
‘신고하면 해결해 주겠지’ 하고 단순히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졌습니다. 신고한다는 일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현실 속에서 불편한 일을 마주했을 때,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그만큼 신고로 인한 갈등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민원을 제기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덜고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바람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닭을 키우던 이웃은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함께 정을 나누던 이웃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조금만 더 서로의 입장을 이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일은 단순한 소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존이 얼마나 중요하고 섬세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양평의 자연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줍니다.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선물합니다.
저는 이곳에 살면서 그 많은 혜택을 받기만 하는 것이 문득 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주민자치위원이 되었습니다. 비록 큰일은 아니지만, 마을의 발전과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 속에서 진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웃의 불편함을 듣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고, 작은 웃음을 나누는 일들 그 하나하나가 이 마을의 품격을 지켜가는 일임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양평의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어쩌면 ‘사람다운 관계를 이어가게 하는 힘’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이 그렇듯, 사람 사이의 관계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푸르게 자라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다짐합니다. 자연을 지키는 일, 이웃을 아끼는 일, 그리고 그 모든 마음을 잇는 일이
결국 같은 길 위에 있음을 잊지 않겠다고요. 깨끗한 자연을 지키는 마음으로,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