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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얼마만큼 믿어야 할까.

by 도영

어느 날, 내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물었다.
“형은 사람을 몇 퍼센트쯤 믿고 살아요?”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
“난… 한 명도 안 믿어. 믿을수록 손해더라고.”

곁에서 듣고 있던 다른 사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전 그냥… 오래된 인연만 믿어요. 시간 지나도 변하지 않은 사람들. 그런 관계만요.”

두 사람의 말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사람 믿는 건 위험하다.’

그 말에 완전히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사람을 의심하면 덜 다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덜 따뜻해진다.
누군가 건네는 작은 친절, 뜻밖의 도움,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그런 기회도 함께 잃어버린다.


얼마 전 현실에서 겪은 작은 일 하나가 있었다.
점심도 못 먹고 바쁘게 일하다가 김밥 3인분을 주문했는데, 도착한 건 2인분뿐이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환불은 끝내 처리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가게를 찾아가서야 사장님이 말했다.

“아, 그거 직원이 실수한 건데… 그날 정신이 없어서요, 미안합니다.”

사장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나는 하루 종일 씁쓸했다.
그때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 사람 믿어봤자 뭐 하나.”

근데 묘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어져 갔다.

“그래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심한다고 해서 세상이 더 안전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경계해도 속을 사람은 속인다.
믿어도 상처받을 수 있지만, 안 믿으면 따뜻해질 기회조차 없어진다.


믿음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종교든, 사랑이든, 일상이든 결국 믿음 위에 서 있다.

내가 아는 신부님은 늘 이렇게 말한다.
“보이지 않아도 믿는 게 믿음이지. 다 보고 나서 믿는 건 증거지, 신앙이 아니야.”

사랑도 똑같다.

커플 상담가로 일하는 친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부부 사이의 신뢰는 집의 기둥과도 같은 거예요. 한 축이 무너지면 집은 삐걱이며 기울어지고 넘어지거든요.”

결혼이라는 약속 역시 믿음 위에 세워져 있다. 부부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작은 오해도 깊은 골이 되어, 결국 이혼이라는 비극에 닿기도 한다.

그래서 믿음엔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믿음은 말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어떤 사람은 말로는 천 번 약속한다.
하지만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누군가를 볼 때 이렇게 판단한다. 제때 연락하는지, 작은 약속을 지키는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지, 이 작은 조각들이 쌓여야 ‘믿음의 모양’이 만들어진다.


둘째. 말보다 행동을 믿어야 한다

어떤 지인은 늘 말로만 “내가 도와줄게” 했다. 막상 필요할 땐 사라진다.
그런데 평소 말없이 지켜보던 사람은 필요할 때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때 나는 확실히 배웠다.
“믿을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알려준다.”


셋째. 관계마다 신뢰의 깊이는 다르게 줘야 한다

직장 동료에게 주는 신뢰, 친구에게 주는 신뢰, 연인에게 주는 신뢰는 다르다. 금전이나 계약이 얽히면 감정보다 문서가 더 중요하다. 한 선배는 늘 이렇게 말한다.
“돈 얘기는 감정이 아니라 문서로 하자. 그래야 관계가 남는다.”


넷째. 실수는 그냥 실수지만, 반복은 습관이다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가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습관이나 본능, 혹은 고치기 어려운 행동의 일부이다. 그럴 때 조용히 거리를 둔다. 싸우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보호한다.


그리고 믿음은 현실적인 각오가 필요하다.


하나. 선의가 손해로 돌아오는 상황

요양원 운영하는 분이 말했다.
부모님을 돌봐달라며 간절히 부탁하던 가족이 요양비는 미루고 미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돈을 떼먹고 사라졌다.

그분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죽하면 부모님 모신 값을 떼먹을까 이다음 주님한데 받을 겁니다.”

생각하며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섬뜩하지만 모든 사람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는 이런 일이 현실입니다. 모든 사람을 똑같이 믿을 수는 없다.


둘. 돈이 오가면 마음이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

내 지인은 친구에게 등록금을 빌려줬다가, 결국 돈도 못 받고 우정도 잃었다. 그는 말했다.
“이제는 친구에게 돈 빌려줄 땐 그냥 준다고 생각하고 빌려준다. 그게 아니면 안 빌려줘.”

이 말은 현실적이다.
돈과 마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붙어 있다.


셋. 마음은 변한다는 진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왜 옛날처럼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상담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마음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변하는 마음대로 관계의 거리도 조절해야죠.”

마음이 변했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그건 오히려 내가 더 섬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넷. 오래된 신뢰도 무너질 수 있다

20년 된 친구가 어느 날 등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인생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 한 문장은 늘 마음에 넣어두는 게 좋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신뢰는 다양한 요인으로 신뢰는 고정된 것이 아닌 ‘가능성’이지 항상 유지된다는 ‘보장’이 아니다. 언제든 배신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관계를 신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사람을 믿되, 내가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그러나 믿기로 한 그만큼은 진심을 다해 믿을 것. 시간을 들여 살피고, 말보다 행동을 보고, 거리를 조절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믿을 것.

오늘도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사람을 믿지 않으면 따뜻하게 살 수 없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지키는 기준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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