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기세다!!
나는 효율적인 성향을 부러워했다. 여기서의 효율은 경영의 ‘합리성’과 유사하다. 최소로 최고의 효과를 얻는 것, 즉 최소의 노력으로 남들과 비슷하거나 높은 성과를 얻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주변에 한 명씩은 있지 않은가.
분명 같이 논 것 같은데 어느새 과제도 공부도 모두 끝내 놓은 친구가! 물론 속의 이야기가 따로 존재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을 효율적이다 정의한다.
유독 실행력이 빠른 사람들이 있다. 결정 과정이 짧은 사람들. 어쩌면 단순하다고도 혹은 자기 확신이 높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이다.
가족들에게 ‘사서 고생한다.’고 평가된다. 기준치를 높게 잡아 수요(기대) 보다 높은 공급(퀄리티)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work와 무관한 배움에 관심이 많고,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남들보다 조금 더 꼼꼼하고 어느 정도 결과물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느리고 스트레스를 스스로 생성한다.
그리고 대부분 기업은, 느린 작업속도를 가졌지만 높은 퀄리티를 내는 사람보다 기준치와 근접한 결과물을 빠르게 쳐내는 인력을 선호한다.
과연 내가 디자인에 맞는 성향일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나는 욕심을 부리는 디자이너였고, ‘무덤까지 끌고 갈 작품이 아니다.’는 말을 맴돌게 했다. 디자인보다는 공예품을 만드는 성향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깊이를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소수이기 때문에, 능숙해진다면 차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할 것이라 조언해 주신 대표님이 생각났다.
이건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는 고민이자, 나의 미래를 그려 나가는 데에 핵심인 사안이다.
깊이를 버릇처럼 고민하기 때문에, 기획 쪽이 맞지 않을까? 그러나 경쟁은 나에게 갑갑함을 준다.
정보 활용을 좋아하고, 수학이 싫지 않으니 통계를 더 공부해 볼까? 하지만 과연 내가 대중을 깊게 분석하는 일을 즐거워할까?
여기서 문제가 하나 더 보인다.
나는 굉장히 애매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주관했던 성향·진로 테스트들 그리고 mbti테스트까지. 모두 결과 수치가 중앙 근처에 머무른다. 가운데 항목을 유달리 선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향성과 외향성의 수치 차이도 단 1%, 그날의 기분에 따라 mbti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사교적이지만 제 갈 길 가는 성향이라며 공통되게 듣지만, 내가 f인가 t인가는 다들 대답이 다르다. 검사지에서는 예술가와 통계사무원처럼 정 반대의 직업을 동시에 추천하고, 사실 나 또한 스스로 그런 성향인 것을 아주 잘 안다.
면접에서 회사는 묻는다. 성격의 장단점이 어떻게 되나요? 친구들 사이에서 결정을 하는 스타일인가요?
"A가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혹은 "두 가지 모두 맞다." 대답하면 면접관의 반응은 좋지 않다. 중심이 흔들리는 사람이라 평가당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성향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소개서 쓰기도 어렵고 고민할수록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최근은, ‘뭐, 그래. 뭘 하든 무난한 성격인거지’ 정도로 바뀌었었다. 그런데 이제,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뭐잉 작성을 위해 읽게 된 블로그 포스팅에 의해서다.
어떤 상황이든 호환성이 뛰어나다라는 것. ⋯ 중요한 건,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의지를 먹느냐이죠. 즉, 성격이 약한 사람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언제나 나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겁니다.⋯ 즉, "자유도가 매우 높은 삶"인 거죠. 이 말인즉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난이도가 매우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https://m.blog.naver.com/ahsune/223060870548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진로를 고민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문장이다. 나 또한 직업을 택함에는 개인마다의 가장 이상적인 해답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해진 기분이 든다. 원래 나 같은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큰 해답이 없구나, 끌리는 데로 결정해도 괜찮겠구나 하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언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 고민을 듣고 "모든 잘해서 그래."라며 위로를 건넨 적이 있다. 앞으로 그렇게 생각하련다. 나는 물고기가 아주 많은 바다 앞에 있고, 어떤 낚싯대를 택해도 물고기는 만나 볼 수 있을 거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