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같은 밀가루 음식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케잌이 있다. 코코넛 케잌. 하지만 마트나 베이커리에서는 코코넛 케잌을 팔지 않는다. 초콜릿이나 티라미수와 같은 너무 달아서 먹을 수 없는 케잌만 즐비하다. 그리고 가격은 왜 그리 비싼지...
케잌을 직접 만들어 보기 전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도 내가 좋아하는 코코넛 케잌을 만들지 않기에 내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케잌이라곤 전혀 만들어본 적도 없고, 쿠키도 오븐에 굽지 못하는 내가 말이다.
일단, 케잌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매우 비쌌다. 케잌 팬을 3개나 구입해야 했다. 다행히 세일 중이라 개당 2달러 이득을 보긴 했지만. 케잌 커스터드 믹서는 아는 사람 꺼를 빌려 쓰기로 했고, 케잌 프로스팅 만들 때 필요한 거품기는 사야 했다.
버터와 설탕을 믹서에 넣어 크림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난 레시피에 나온 모든 재료들을 한꺼번에 다 섞었다. 그래서 케잌을 만들기도 전에 케이크 커스터드 한 분량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는 제대로 버터와 설탕을 먼저 믹서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 설탕보다는 설탕 시럽이 더 건강에 좋을 것 같고 맛도 좋을 것 같아서 시럽으로 바꿨다. 커스터드는 다행히 제대로 만들어진 것 같다. 오븐에 넣고 25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커스터드 가장자리가 탄 것 같다. 레시피대로 했는데 말이다. 시럽빼고는 말이다.
커스터드를 식히면서 케잌 프로스팅을 만들었다. 그런데 거품기 너무 크게 발생해서 팬을 흘러넘칠 정도가 되었다. 다행히 레인지 위로 떨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10분 정도 거품기를 열나게 돌려서 프로스팅도 대충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내가 알던 코코넛 케잌 프로스팅보다는 많이 물렀다. 케잌 맨 위에 코코넛을 올리고 완성시켰다!
20분을 기다린 후 떨리는 마음으로 케잌 커팅을 했다.
실패작이다.
케잌 먹는 게 아니라 젤리를 먹는 것 같다.
코코넷 케잌 레시피를 준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설탕이 아니라 시럽을 썼다고요? 그러면 레시피가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데... 시럽 때문에 케잌이 잘 안 된 거예요. 처음엔 누구나 실수를 해요. 여러 번 만들다 보면 더 나아질 거예요."
케잌 한 조각을 먹고 나머지는 전부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 한 조각을 만들기 위해 내가 사야 했던 조리 도구와 케잌 재료와 시간을 생각하니 내가 과연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이런 과정을 몇 번이나 더 반복해야 제대로 된 케잌을 만들 수 있다니... 다시는 만들고 싶지 않다.
케잌이 비싼 이유는 그럴만하다. 이런 모든 과정을 직접 겪고 나니 케잌 값은 비싼 게 아니었다. 어제 케잌 만드는데 들인 노동으로 인해 오늘 한나절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2시 정도 정신을 차리고 쓰레기통에 있는 나의 첫 케잌을 보면서 생각했다.
'두 번째 케잌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