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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by 이재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미니멀리즘에 빠졌던 십여 년 전에 나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못했다.




일단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원래 건강하지도 않은 체질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고 원인 모를 구토증세로 응급실에도 여러 번 갔었다. 갑상선 저하증에 걸려 약도 먹어야 했고 두통도 자주 있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도 못 하게 많았다. 내 몸이 안 좋았던 대부분의 이유도 이 스트레스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오히려 상태가 엉망이어서 더 열심히 정리에 몰두했는지도 모른다. 속이 타들어가는 감정을 해소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미니멀리즘에 빠졌고 집안을 구석구석 훑었다. 어지럽혀진 집안을 치우고 또 치우면서 쓰레기들과 함께 복잡한 마음도 정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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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규칙을 정하여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리했다. 예를 들어 매달 1일이 되면, 매주 월요일이면 해야 할 일들을 정해서 실천했다. 이불 빨래, 행주 삶기, 후드 청소, 세탁조 청소 등 하기 싫어서 자꾸 미루는 일들을 때맞춰 해내고 뿌듯함을 느꼈다.




습관을 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유를 깊게 따지지 말고 그냥 하는 것이다. 정해진 날이 오면 자동적으로 실천했다. 수세미를 갈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제는 꼭 정해진 날짜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한다. 꼭 매달 1일마다 칫솔과 수세미를 새것을 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행한다. 너무 낭비하지 않고 물건의 쓰임을 끝까지 다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에 게으름을 부리지 않는다. 열심히 해도 티는 안 나지만 하지 않으면 금방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은 집안일을 해 보면 다 아는 사실이다. 샤워하기 전에 세제를 뿌려 두고 간단하게 욕실 청소를 하고 스퀴지로 항상 물기를 제거한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으로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현관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면 외출하고 돌아올 때 기분이 좋다.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은 거의 없다. 신발장 안에 바로바로 신발들을 정리하는 편이다. 구멍 난 양말을 손에 끼고 현관 바닥을 자주 닦는다. 어디서 딸려온 것인지 모를 먼지와 나뭇잎 등을 닦고 깨끗해진 현관을 보면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집안의 현관부터 말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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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안일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집안일들이 있다. 하기 귀찮은 살림일수록 아침 일찍 해치워버린다. 뒤로 미룰수록 하기 싫어지고 다음날로 딜레이 되기 쉽다.




작은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면 그다음부터 해내는 힘이 길러진다.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늘어나고 도전하고 싶은 일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자주 정리를 하다 보니 나와 가족이 모두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집이 만들어졌다. 엉망인 집에 돌아오면 정신이 없고 짜증이 난다. 적어도 내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과 겉으로 보이는 곳만이라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마음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집안 전체를 돌아보게 되었다.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공간이 깨끗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졌다. 식탁 위, 서랍 한 칸 등 어디든 정리를 시작해 보면 좋다. 말끔해진 공간을 보면 만족감이 든다. 가족이나 나의 게으름 때문에 다시 엉망으로 어질러질지라도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치우다 보면 더러운 공간이 기본값이 아니라 깨끗한 공간으로 되돌리고 싶어진다.




원래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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