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곁에 있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들
아들과 영화를 보다가 잠깐 멈추고 딸의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펑
잠깐 멈춘 영화처럼
우리 모두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전이다!!
커튼을 열어보니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까지 모조리 불이 꺼져 있다.
기저귀도 갈다 말았는데 어쩌지? 휴대폰 라이트는 빛이 너무 좁고 강하다. 수유등은 충전이 안 되어있다. 빛을 내는 모든 것들은 전기가 필요했다. 정전 속 유일하게 빛을 내는 건 ‘잠자는 피카츄 수면등’과 스마트 TV ‘스탠 바이 미'.
이름 그래도 우리 곁에 머무르며 빛을 선물해 줬다.
퇴근 중이던 남편은 가로등이 꺼진 걸 보고 전화를 했다. 자동차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출구 쪽으로 들어왔고, 아파트 입구 도어록이 열리지 않아 지상의 비상문으로 들어왔단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아 계단을 올라야 했다.
정전은 20분 정도 지속되었고, 전기 없이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생각했다.
아니, 전기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전기 없이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글로벌 워밍이 아닌 글로벌 보일링의 시대가 왔다.
끓는 지구에서 생존하려면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할까?
아니면 전기가 없는 삶에 익숙해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