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
“응? 뭐? 아닌데? 마음에 안 드는 거 없는데?”
“좀 전에 한숨 쉬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그 말을 들은 이후 가만 보니 내게 숨을 몰아쉬는 습관이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숨을 몰아쉬는 것은 주로 요가시간에 의식적으로 하고는 하는 동작이다.
강사는, 내 안에 있는 숨을 모두 내 뱉어야 다시 새 숨이 들어가는 거라며
모든 동작을 할 때 될수록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 쉴 것을 매 수업마다 강조했다.
처음에는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어찌된 것이 들이마시라고 할 때 내 쉬어지고 내 쉬라고 할 때 들이마시는가 하면
어떤 때는 들이 쉬고서, 내쉬라는 말을 할 때까지 숨을 참느라 죽을 것 같던 적도 있었다.
어렸을 때 외사촌 언니와 개울에 간 적이 있었다.
언니가 뭔가를 잡느라 발목까지 차는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보고 있는 여섯 살의 내가 보인다.
(언니와 같이 물속에 들어갔다가 내 종아리에 붙은 거머리를 보고 혼비백산한 후였다.)
햇살은 화사했고 물빛에 비친 햇살에 눈이 따가웠던 것 같다.
“에휴..”
언니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나를 보고는 깔깔 웃었다.
“야! 넌 무슨 쪼꼬만게 한숨을 쉬냐?”
나는 내가 뭘했다고 저러나 싶은 표정으로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숨 쉬면 엄마 죽는대.”
그 말이 무섭게 들렸다. 햇살은 따가운데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후로 나는 한숨을 쉬지 않았다, 않으려고 노력했다.
K1이 시월에 있을 결혼식 준비로 바쁘다.
딸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도 당사자들끼리 준비를 하느라
부모지만 나와 K는 협조만 잘 해주면 된다. 걱정거리가 있을리 없다.
더구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니.
그런데도 아이들은 수시로 나와 K의 기분을 살핀다.
직장일 하면서 주말마다 이런저런 예약시간에 맞추느라
아이들이 힘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지만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심하게 한숨을 쉬어
걱정거리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는지 하여 불안하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다음에 아이들을 만나면 말해줘야겠다.
“내가 숨을 몰아쉬는 건 한숨이 아니라 깊은 호흡이야.
같은 숨이라도 이왕이면 엄마가 죽거나 마음에 안 드는게 있어서가 아닌
건강을 위한 거라면 좋잖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