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할 때 첫 글은 친구 Y이야기였다.
일 년이면 한두 번 만날까 말까하지만 지난 시간 중 꽤 많은 장면 속에 함께 했던 친구였다.
가을이었고 비가 오던 날 Y를 만나서 서울에 있는 카톨릭 성지에 갔던 얘기였다.
글 제목이 그렇듯 그 날 나눴던 주된 대화는 ‘우리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더라?’였다.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그 때는 서로 알지도 못했고 같은 그룹 직장에 다녔지만 마주칠 일은 없었다. 신앙이 같으니 신우회에서 만나지 않았겠냐고 Y가 추측했지만 내가 영세를 받을 때 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으므로 그 것도 아니었다.
점심을 먹으며 그 얘기를 하다가
“어떻게든 만났겠지. 그게 뭐 중요해.” 라며 툴툴 털어내는 Y와는 달리
둘의 기억을 더듬다보면 알게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둘 다 모른다고 하니
중요하지 않은 그 일이 오히려 그 때부터 더욱 궁금해졌다.
나중에는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보다 어떻게 기억하지 못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차츰 궁금증도 엷어졌고 그러다 잊고 지냈다.
어제 일본어 수업을 마치고 집에와서 곧바로 다음 수업 예습을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느낄 때마다 매번‘에구..학교 다닐 때 그렇게 좀 하지.’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번뜩 오래전 통근차를 타던 장면이 떠올랐다.
해석하는 문장에 그런 내용이 있던 것도 아닌데 만화의 회상장면처럼 생각풍선이 동동동.
프라이드였나? 아무튼 소형차였다.
무려 그룹 계열사 이사님이 손수 운전하는 자동차였다.
그 곳은 통근버스가 정차하는 곳인데 어떻게 그 이사님차를 타게 됐는지 까지 기억하려고 하다가는 회로가 엉키다 머리가 폭발할지도 몰라 포기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 쪼꼬미 차에 Y와 나 그리고 지연이라는 귀여운 후배가 함께 탔다.
차 안에는 늘 미사곡이 흐르고 있었다.
음악이 좋다고 하니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나눠주기도 했다.
그 도로를 가운데 두고 Y의 집과 우리집은 완전히 반대편, 동은 물론 구도 다른 곳에 있었다.
통근버스를 타려면 거의 십오분에서 이십분을 걸어야했다.
솔직히 통근차보다 승용차가 더 편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뿐이었다.
카풀하는 네 사람 모두 각각 그룹 내 다른 회사였으므로 근무시간중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Y에게 이 소식을 톡으로 알렸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우리 처음 만난 게 출근카풀 ㅇㅇㅇ 이사님 차 같이 타면서 아닐까?
헐~! 대박! 그게 생각났어? 맞는 거 같아.
지연인가 키 작은 친구도 있었지?
몰라몰라 ㅋ 기억나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긍가? 아니 그래도 특별한 친구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는 것도 당최 말이 안 되는..
그게 계속 궁금했어? 이제 풀렸네?
스스로 신통방통해서 뿌듯해하는 나와 달리 Y는 어째 덤덤하다.
Y를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는지는 알게 됐는데 그러고나니 또 다른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대체 그 어색한 동행은 어떻게 시작된걸까?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어떻게 모두 카톨릭신자였을까?
어찌어찌 지역이 같다고 억지를 부리더라도 다니는 본당은 제각각이었다.
염치도 없이 아침마다 따박따박 차를 얻어타고 음악 테이프를 주면 넙죽 받기만 했을 뿐 언제 식사 한 번, 선물 하나 등 고마움의 표시를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서울의 동북쪽 끝에 사는 이사님이 무려 강서구에 새로 짓고 있는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에 까지 오셨다.
내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 차를 타게 된 계기가 아니라 그 시간,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이사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지연이는 결혼을 했겠지?
너무 오래 무심했었다.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많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