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는 지금
팔월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올해는 꼭 감자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줘야지, 했었다.
단추는 2018년 8월 31일에 태어났다(태어나는 걸 내가 본 건 아니니), 고 한다.
처음 두 번인가는 으깬 감자위에 삶은 달걀로 장식을한 케이크를 만들어 줬었다.
그런데 덥고 더 덥고 날마다 더 더워지는 여름을 버텨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9월 중간쯤이 되었다.
단추는 별 탈없이 잘 자라 어느사이에 어른이 되었다.
다시 개를 키우는 문제에 대해 꽤 많은 고민을 하고 난 터라
이것저것 공부를 좀 해서인지 배변이며 산책 자잘한 훈련 등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한가지 옥의 티라면 개들끼리 잘 지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개는 모두 경계대상이며 어쩌다 마음에 맞는 개를 만났어도 금세 흥미를 잃고는 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하고 모든 개들의 문제는 주인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단추의 문제 또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때문에 시작된 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기를 오 년 동안 키우다가 K2가 결혼하면서 데려갔다.
하여 K와 나는 고기의 주인이었으면서 단추의 주인인 셈이 됐다.
K2를 비롯한 사람들 마음으로는 고기와 단추가 남매처럼 잘 지내기를 바랐지만
둘이 만나면 서로 자기 주인을 지키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지키려는 단추와 굴러들어온 뽀시레기가 괘씸한 고기의 신경전은 고기네 집에 유기견이었던 율무가 입양되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 들었다.
어느 집에든 개들이 한데 모이면?
한마디로 엉망진창 개 판이 된다.
믹스견이라는 율무는 올해 한 살이라서인지 그 에너지가 엄청나다.
쭈볏거리다가 사람이 손을 내밀면 뒷걸음질을 치다가 만지려고 다가가면 냅다 줄행랑을 치던 처음보다는 많이 달라져 지금은 먼저 사람을 툭 건드려보기도 한다.
성장도 빨라서 고기보다 다리가 길고 단추보다 덩치가 두 배는 된다.
소파위에 올라갔나싶으면 어느 사이 내 방 침대에서 베시시 웃고 있고
다가가면 어느사이 거실로 사뿐히 내려와 주방으로 도망친다.
세 녀석들 중 율무는 키도 가장 크고 똥도 제일 크다.
고기는 목소리가 제일 우렁차고 단추는 제일 조그맣다.
세 아이가 함께 지내다가 아이들이 가고 나면 단추는 하루종일 죽은 것처럼 잠만 잔다.
이름을 부르면 귀찮아 죽겠는 표정으로 얼굴 한 번 들었다가 몸을 돌돌 말고 다시 고개를 푹 파묻는다.
방송에서 한 연예인이 암에 걸린 강아지의 장례절차에 대해 알아보는 장면을 봤다.
예전 같았으면 ‘뭘 저렇게까지..’ 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어느 사이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다.
열한 살이 된 고기는 눈도 뿌예지고 걸음도 느려졌다고 한다.
산책이라면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좋아하던 녀석이 개모차를 타고서야 산책을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개를 좋아하던 성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나의 이런 마음이 낯설다.
K와 통화를 하다가 단추를 불러보라고 했다.
“단추야~!”
관심없다고 했다.
“단추야, 우리 산책갈까?”
고개를 돌려 두리번 거리더니 턱을 받치고 엎드려 있다고 한다.
지금은 단추가 떠났을 때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시간이다.
“단추야~ 산책가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