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결심
친구가 남자친구랑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라고 했다.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부모님이 무섭다고 했다.
그녀는 결국 임신을 했고, 바라던 데로 같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녀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줬고,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어버렸다.
"나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데, 너는 아니잖아."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들었던 가장 어이없는 말이었다.
심지어, 난 이미 결혼했고, 그녀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한테 무슨 헛소리인지.. 그 뒤로 연락을 끊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잘못말했겠지'라고 생각하고, 나도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번 더 말했다. "나는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데, 너는 아니잖아."
두 번째는 나도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그날 그렇게 헤어졌고, 나는 서서히 연락 횟수를 줄였다.
그녀는 자기가 잘못한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내 주위 친구에게 나와 내 남편의 개인사를 떠들어댔다.
알고 보니 나는 "돈" 때문에 결혼했다고 혼자 결론 내렸다.
ㅋㅋㅋㅋㅋ
나는 남편이랑 겨우 한 살 차이 난다. 양가 부모님 도움받은 것도 없고,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다.
돈이 진짜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매우 매우 매우 아쉽다.
돈 많아 보였으면 러키비키다.
인터넷 기사에서 남녀가 상대를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Top5에 빠지지 않는 항목이다.
1. 외모
2. 재력
3. 성격
그 사람 키커? 그 사람 예뻐?
누구나 이쁘고 잘생기고, 키 크고, 돈 많은 사람 만나고 싶어 한다.
(근데 이러면 연애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잖아.. 일단 나는 못하겠다)
위의 조건들은 이상형이다.
내 최소한의 기준만 넘으면 연애도 하고 결혼까지 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엄청 물어봤다.
너 벌써 결혼해?
너는 결혼 안 할 줄 알았는데!
혼전임신은 전혀 아닐 거고!
뭐가 그렇게 좋았어?
나는 엄청난 개인주의였고, 일 중독에다가 대문자 T다.
남편이랑 나랑 둘 다 개인주의였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게 좋았고, 결혼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게 해 준다고 해서 좋았다. 이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함께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게 사랑이 아닐까?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고 어딘가에서 봤다.
육체적 사랑, 정신적 사랑 등등
근데 사전적 정의의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랑 유형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좋다.
나는 그냥 연락 잘되는 사람이라고 해서 만났는데 연락만 잘되고 잘 안 만나면 싫어질 수도 있고,
만날 때는 잘하는데 집 가면 연락 안 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다양하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1. 표현하는 사랑
누군가는 매일 아침 "잘 잤어?"라는 카톡,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면 사랑을 느낀다.
만약에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
사랑받고 싶어 한다.
2. 느껴지는 사랑
우리 남편은요, 제 남자친구는요 너무 무뚝뚝해요. 근데 만날 때마다 안아주고 뽀뽀해 주는 거 보면 저를 사랑하는 것 같긴 해요. 말은 안 해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유형이다.
(둘 다 잘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상형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괜히 옆사람 미워하지 말자..)
사실 나는 2번 사랑을 더 좋아한다. 근데 1번 사랑이 아예 없으면 우리 둘만의 규칙을 세웠다.
아침: 안부인사
점심: 점심메뉴 사진 찍어서 보내기
저녁: 저녁메뉴 사진 찍어서 보내기
이 3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연락은 별로 안 해도 좋았다. 왜냐면 어차피 우린 회사에서 일을 하느라 바쁠 거고, 사실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때가 온다. (연애 초반 제외)
대신, 나는 자주 안 보면 마음이 멀어진다.
지금 남편이랑 나는 이 부분이 잘 맞았다. 월화수목금토일월.. 7일 넘게 매일 10분이라도 봤다.
이게 당연히 봐야지!!! 하고 만나러 갔던 건 아니었다.
"우리 오늘 볼까??" 누가 먼저라고 할거 없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이런 나는 2번 느껴지는 사랑이 없으면 연애를 지속할 수 없는 사람인 거다.
서로의 사랑 유형이 다르면 MBTI에서 F와 T가 만나는 것 같은 불협화음 아닐까?
그럼,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가요?
1번: 나는 자주 안 만나도 연락하는 게 좋은 사람
2번: 나는 카톡은 잘 안 해도, 만나는 게 더 좋은 사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