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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위의 과학선생

불사조

by 지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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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우리 축구팀의 연이은 우승은 이제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다. 우연히 이룬 성과가 아닌,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얻은 압도적인 결과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회마다 우승을 거두면서 우리팀은 학교의 자랑이 되었고, 팀원들은 서로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도전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어려움도 있었다. 부상 선수들이 생기면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한 번 오디션을 열었다. 그 결과, 1학년 선수들이 대거 합류하며 팀은 더욱 강력한 중원과 공격 라인을 보강할 수 있었다. 소망, 정우, 건우, 태민, 지혁이 새로 합류하면서 팀은 더욱 탄탄해졌다. 이 선수들은 모두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유망한 인재들이었고, 그들의 합류는 우리 팀에 큰 활력이 되었다.

이 감독은 과학교사로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축구팀 감독으로서 학생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업을 마친 후 함께 훈련에 참여하고, 경기를 함께 준비하며 서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유대관계는 더욱 깊어졌고, 단순한 교사와 학생이 아닌, 한 팀의 동료로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런 유대가 우리팀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승리의 기쁨도 더 큰 의미를 가졌다.

이제, 학교에서 축구팀은 단순히 운동부가 아닌,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축구팀에 대한 자부심은 날로 커져갔고, 우리팀은 앞으로도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시 돌아온 교육감배, 우리 팀에게는 그 어느 대회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작년, 첫 출전에서 아쉽게도 첫 패배를 안겼던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배 우승팀에게는 전국대회 출전권이 걸려 있어, 그 누구보다 이 대회를 재패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리 팀은 중원의 사령관 승우가 건재하고, 소망, 건우, 정우가 합류하며 중원 미드필더가 더욱 강력해졌다. 그리고 안정된 수비력,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내심 이번 교육감배에서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팀을 막을 상대는 없을 것 같았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그 어떤 팀도 우리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회 준비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직력과 팀 훈련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중원의 사령관 승우에게 뜻밖의 악재가 닥쳤다. 승우가 갑작스런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 소식에 이 감독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팀의 중추로서 활약해온 승우가 빠진다면, 어떻게 전술을 풀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승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그가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 팀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대회 전까지 최선을 다해 훈련에 집중하고, 모든 선수가 자신감을 가지며 다시 한 번 단합했다. 이번 교육감배에서는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아르헨티나의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파란색의 유니폼은 마치 우리의 결단력을 상징하는 듯한 색이었다. 우리팀은 의기투합해, 승우가 빠진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할 결심을 굳혔다.

시작되는 교육감배.

16강에서 서귀포고를 2:0으로 제압하고, 8강에서 남주고를 3:1로 눌러놓으며 4강에 진출한 우리 팀은, 대정고와의 경기에서도 쉽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 확신했다. 순항을 계속하면서 손쉽게 결승전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교육감배 4강전, 상대는 대정고.

처음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우리팀은 확신에 차 있었다. 대정고는 전력상 그리 강력하지 않다고 느꼈고, 이 감독의 마음속에도 어느 정도 자만이 깔려 있었다. 그동안의 승리로 팀은 자신감을 얻었고, 승우의 빈자리를 소망과 건우가 채워주면서 팀은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소망은 탈압박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가며, 건우는 뛰어난 킥력과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정우의 폭발적인 스피드까지 더해져, 공격 옵션도 풍부했다. 여기에 승우가 있었더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뭔가 이상했다. 대정고는 예상과 달리 무척이나 강력한 팀이었다. 그들의 압박은 날카로웠고, 공격은 빠르고 치밀했다. 우리는 흔들렸고, 그동안의 자신감은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경기는 점차 우리 팀을 압박해왔다. 그동안의 고비들보다 더 강력한 방해가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대정고의 빠르고 공격적인 플레이에 우리는 수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때때로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 정도로 끝날 수 없다”며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지만, 경기 속에서 점차 기운이 빠져갔다.

전반이 끝날 무렵, 우리팀은 이미 1:0으로 뒤지고 있었다. 그 순간, 이 감독은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찾고 있었다. "지금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는 강한 팀이었어, 끝까지 밀고 나가자." 선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며, 하프타임에 전술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 감독의 지도력에 선수들은 점점 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불굴의 팀, 기적의 순간

후반전이 시작되었지만, 1:0으로 패색이 짙었다.

믿었던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함이 밀려왔고, 이 감독은 자꾸만 시계를 확인했다. 대정고의 수비는 예상보다 단단했고, 우리의 공격은 번번이 차단당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이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 가면 끝이다. 공격적으로 나가자!"

최종 수비라인을 흔들기로 했다. 현석과 성현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전진 배치했다. 상대 진영에서의 압박을 극대화하며, 한 방을 노리는 배수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악재가 터졌다.

팀의 핵심 수비수 현석이 갑자기 쓰러졌다. 다리에 쥐가 난 것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통을 호소하는 현석.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올라왔지만, 현석은 손을 내저었다. 스스로 스트레칭을 하며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 했다.

이 감독도 갈등했다. 현석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였다.

결국, 이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현석아, 할 수 있겠어?"

"끝까지 뛸 겁니다, 감독님."

그 한마디에 이 감독은 더 이상 교체를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기적이 일어났다.

건우가 대정고의 문전으로 공을 띄웠다. 그 공은 라인을 벗어날 듯 보였지만, 그 순간 훈민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슬라이딩 태클!

그의 발끝에 걸린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1:1 동점!

모든 선수들이 환호했다. 훈민은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양손을 하늘로 뻗었다. 기적 같은 순간. 벤치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달려 나와 함께 포효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더 이상 골을 넣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승부차기.

전설의 골리 상원이 없는 승부차기였다. 하지만, 우리는 도율이를 믿었다.

한 명씩, 차례로 키커들이 나섰다.

우리 팀 키커 – 성공!

대정고 키커 – 성공!

또다시 성공과 성공이 이어졌다.

마지막 순간, 대정고의 다섯 번째 키커.

그는 강력한 슈팅을 준비했다.

슛!

공은 강하게 날아갔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골대를 강타!

소리가 울려 퍼졌고, 공은 바운드되며 골문을 벗어났다.

"실패!"

그라운드에 적막이 흘렀다. 이제,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우리의 다섯 번째 키커, 정우.

정우는 침착했다. 한 번의 숨을 깊게 들이쉬고, 볼을 찼다.

골!

그 순간, 벤치는 폭발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울고 웃었다. 마치 우승한 것 같은 분위기.

이 순간, 우리의 팀은 더욱 단단해졌다.

승리를 향한 집념, 포기하지 않는 투지.

우리는 패배를 모르는 팀, 불굴의 불사조 같은 팀으로 변하고 있었다.

결승전?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의 기세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 감독은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순간을 가슴에 새겼다.

"이 경기가, 최고의 빅경기였어."

승리의 여운이 가득한 전세버스 안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짐을 챙겨 전세버스에 올라탔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다들 녹초가 된 표정이었지만, 그 얼굴 위에는 짜릿한 승리의 기쁨이 가득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누군가 먼저 소리쳤다.

"우리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승리자다!!!"

버스 안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야, 훈민이 미쳤어! 마지막 골 진짜 대박이었다!"

누군가 훈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훈민은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정우야, 너 마지막 승부차기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냐?"

"그냥... 키퍼 눈 보고 찼지."

정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주위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현석은 다리를 주무르며 "아직도 쥐가 안 풀린다…"고 투덜거렸고,

성현은 그런 현석을 보며 "그래도 네 덕분에 버텼다, 진짜 고생했다."며 등을 두드렸다.

이 감독은 조용히 뒤쪽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친 몸을 서로 기대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

누군가는 물을 나눠주고, 누군가는 부상을 입은 동료를 살뜰히 챙겼다.

단순한 팀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를 의지하는 가족 같았다.

버스 안에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뜨거운 유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음악.

�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

순간,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다 함께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그 순간, 이 감독은 깨달았다.

이 승리는 단순한 경기의 결과가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뤄낸 값진 순간,

그 속에서 이 팀은 진짜 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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