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크라운
제주의 절대강자, 트리플 크라운의 완성
우리는 돌아왔다. 전국대회 4강을 경험한 후, 한층 더 강해진 우리 팀. 그리고 수능을 마치고 합류한 3학년 현규와 상원.
역대 최강의 멤버가 완성되었다. 작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자, 도 대회 3연속 우승, 전국 4강을 기록한 우리 팀은 더 이상 제주 안에서만 머물 실력이 아니었다.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압도적인 16강과 8강, 그러나 예상치 못한 4강전
우리는 대회 우승 1순위였다. 탈제주급의 전력을 갖춘 우리 팀은 16강에서 영주고를 4:0으로, 8강에서 제주일고를 7:0으로 대파하며 가볍게 4강에 올랐다. 상대팀들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이미 기세에서 눌려 있었고, 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선수들은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가면서도 전력을 다해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4강에서 만난 서귀포고는 달랐다. 이들은 초반부터 전원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단단한 수비 블록을 형성하며, 경기 내내 골문을 걸어 잠갔다. 예상치 못한 상대의 전술에 우리는 당황했다. 중앙 돌파는 번번이 가로막혔고, 측면 크로스마저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에 가로막혔다. 90분이 끝날 때까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승부차기로 승패가 갈리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걱정이 없었다. 우리의 골문에는 전설의 골키퍼, 상원이 있었다.
그는 승부차기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을 펼쳤다. 상대 키커들의 방향을 완벽하게 읽으며 연달아 슈팅을 막아냈다. 우리 키커들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고, 승부차기는 3:0. 상원의 미친 선방 덕분에 서귀포고를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예상치 못한 실점과 극적인 반전
결승전 상대는 대기고였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전력을 가진 우리 팀은 자신감이 넘쳤고,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주전 선수들의 잔 부상으로 인해 선발 라인업을 일부 조정한 것이 문제였을까? 전반 초반, 작은 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수비수 성현이가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며 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대기고 공격수에게 공이 흘러갔다. 곧바로 강력한 슛이 날아왔고,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0:1.
전반 초반이었지만, 그 한 골은 우리 팀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실점에 당황했고,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감독은 지체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대기 중이던 소망과 현민을 곧바로 투입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승부수였다.
그리고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강점은 빠른 템포였다. 전반 막판, 현석이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현규가 감각적으로 받아냈다. 상대 수비가 집중된 틈을 노려 중앙으로 파고든 재희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재희, 침착하게 슈팅!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1:1 동점!
벤치에서 지켜보던 이 감독은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전반 종료 직전 나온 동점골,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후반전, 트리플 크라운을 향한 질주
우리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상대의 진영에서 거의 반코트 게임을 펼치듯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리고 결국 기회는 찾아왔다.
이번에도 해결사는 재희였다.
코너킥 찬스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그림 같은 백헤더 슛으로 마무리했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상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코스로 빨려 들어갔다.
2:1. 경기 역전!
벤치는 물론, 관중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기고는 흔들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쐐기골이 터졌다.
공격을 위해 올라온 대기고의 수비라인이 순간적으로 허술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현규가 단독 돌파 후 골키퍼와의 1대1 찬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3:1. 승부는 끝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우리 선수들은 두 팔을 번쩍 들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제주의 절대강자, 트리플 크라운의 완성
우리는 동아리 축구대회 2연패, 그리고 이번 시즌 도 대회 3관왕,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제, 제주에서 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더 이상 도내 강팀이 아니라, ‘절대강자’였다.
최고의 마무리, MVP와 감독상 수상
경기 후 열린 시상식에서, 3학년 현규가 대회 MVP로 선정되었다.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경기 내내 중심을 잡아주며 팀을 이끈 공이 컸다.
그리고 이 감독 역시 감독상을 수상했다.
3관왕을 이끈 지도자로서,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없었다.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선수들의 얼굴은 땀과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또 한 번의 전설을 썼다.
다음 시즌, 우리는 어떤 도전을 하게 될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팀은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 증가 법칙
“고립된 시스템에서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지만, 외부 에너지가 공급되면 질서가 유지되거나 높아질 수 있다.”
축구도 그렇다.
우리가 외부의 에너지를 — 훈련, 전략, 팀워크 — 끊임없이 주입하지 않는다면, 팀은 무질서에 빠진다. 조직력은 약해지고, 우승의 흐름은 깨진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을 훈련하고, 선수들끼리 소통하며, 약점을 보완한다.
이 모든 과정이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외부 에너지 주입과 같다.
엔트로피가 높아져 흐트러질 뻔한 팀은, 꾸준한 노력과 전술로 다시 질서를 되찾는다.
우리 팀의 연속된 우승은 열역학 법칙을 따른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우리가 쏟은 노력과 땀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자신감과 실력으로 전환됨을 보여준다.
엔트로피 법칙은 끊임없는 훈련과 전술 변화가 없다면 팀이 무너질 수 있지만, 외부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면 질서가 유지되고, 승리는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에너지는 흐르고 있고, 엔트로피는 우리의 노력으로 억제된다.
다음 우승도 우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