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에 담담하기를
2학기 복직인 내게는 비담임의 업무가 배정되었다. 담임과는 업무가 천지차이인 귀한 비담임 자리 중 정보 선생님의 주로 맡았던 방송업무가 우여곡절 끝에 내게로 왔다. 학교 방송부라니! 학교 배경 드라마나 각종 로맨스에 방송부가 나오니 드라마 러버인 나는 처음엔 설레었지만.. 그건 드라마고,
난 기계치다. 기계 다루기에 서툴고 일단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 도입기에 많은 사람들이 카톡을 쓸 때 나만 뒤늦게 가입해 얼굴 사진을 가득 차게 프로필에 올려 놀림을 당했었다. 그런 내가 방송담당이라니.. 방송사고가 눈앞에 벌써 닥친 듯 머리가 아파왔다.
“기계는 내가 잘하는 거랑 상관없이 오류가 나와. 우리 잘못은 아니야 걱정 마” 이렇게 이야기한 선배는
지필고사 시종을 분명 맞춰놓고 갔는데 시작종이 안 울렸다는 이야기부터 수능 시험날 분명 전실을 다 선택했는데 한 교실만 영어 듣기 평가소리 나오지 않아 혼비백산했던 이야기까지 각종 학교 안 방송 사고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오 마이갓.
그런데 나에게 인수인계 해준 전임교사는
“샘 괜찮아요. 방송사고 나면 수습하면 되죠. 어차피 제잘못이 아닌데요.”라고 아주 쿨하게 이야기해줬다. 역시 젊은 피라 당당하다. 나는 그 마음부터 먹어야 겠다. 방송사고는 필연이고 내 잘못이 아니다.
아! 그리고,
다행히 우리 학교는 수능고사장이었던 적은 없다. 그것만 해도 한시름 놓았다.
휴~ 앞으로 펼쳐질 방송부 학교생활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