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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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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Sep 12. 2024

방송기계는 예민해

기계치에 비애

24년 차가 된 우리 학교의 방송설비는 고장 난 게 많다. 수많은 버튼이 있는데 누르면 안 되는 게 반이다. 나는 모른다. 괜히 건드렸다가 방송사고 나고 싶지 않다. 전임선생님은 인수인계 파일에는 고장 난 각종 설비들에 대해 자세히 적어놓으셨다. 자세히 적어 놓은 고장 난 기기는 계속 인수인계만 되고 있는 듯했다. 나는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캠코더의 HDMI선이 헐렁해 선을 꺾어서 테이프로 붙여놓고 찍어야 영상 송출이 정상으로 되고,

강당의 빔프로젝트는 사다리를 타고 강당 천장까지 가서 리모컨을 눌러야 켜진다.

강당벽에 붙은 팬틸드 카메라가 고장 난 것 같고

스튜디오의 채널 3인가 4는 고장이라 안 나온다고 인수인계 해주셨다.


복직 1주 차 퇴근시간을 앞두고 무난히 흘러가는 하루였고 졸업생들이 찾아와 근황얘기 중이었다. 갑자기 교무실 실내 방송이 작동이 안 된단다. 방송담당인 나를 불러 실내 전체에 방송을 해달라고 하신다.

“급식실 앞에 소방점검하러 소방차 들어온데요. 차 빼시라고 방송 좀 해주세요 “


헛 제어 pc에서 실내 전체 체크하고  무선 마이크를 켰다. 볼륨도 높였다. 소리가 안 난다.

스탠드 마이크를 켰다. 소리가 안 난다.

뱅글뱅글 뱅그르르 나는 모른다.


“어떻게 샘 그냥 메시지로 보낼게요!”

졸업생을 보내고 이것저것 만지며 나는 고장이 났다고 인수인계받았던 스탠드 마이크를 수리했다.


잉? 기계치가 아니었나 보다.


바로바로

건전지를! 갈아 끼워서 스탠드 마이크를 내가 수리했다!


기계의 수리는 배터리 교체부터가 진리구나.

언제부터 고장이었는지 모르지만 한 학기 동안은 쉬고 있었을 스탠드 마이크를 살려내고 나니 방송담당 교사로 거듭난 기분이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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