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숙한가?
아픈 것에 겸허히 파고들자
얼마 전 구체화한 나의 모토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경계에서 흐릿하게 가지고 있었던 마음가짐이 떠오른다. 고등학생 때 대학 진학을 하고 싶어 희망 전공을 고민하다 '사회학'이라는 생소한 전공을 알게 되었고, 1지망 학과는 아니었지만 다른 학교에 떨어지는 바람에 사회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금 말하자면 나는 운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운도 운이지만 사회학은 나에게 용기를 갈구한 존재였다. 그렇다. 사회학은 용기가 필요한 학문이다!
왜 하필 사회학이었을까. 전공을 고를 때 나중에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는 딱히 나의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조금씩 나의 가치관을 찾아갈 때쯤인 고등학생 때 교육에 대한 복잡한 응어리, 카뮈의 언어로 말하자면 '부조리'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배움의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같은 부조리이자 부당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학과에도 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주변에서 교육학과에 간다고 하면 '무슨 과목 선생님 하게?'이라는 말에 진절머리가 났고 오히려 사회학을 배우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일개 교사가 되었다면 된 나는 그 위치에서도 여전히 교육에 대한 응어리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은 사그라든 불씨가 된 것 같았고 삼류학과를 졸업할 때 쯤에는 되려 스스로 불지옥 앞에 서서 대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그 앞에 서서 엉엉 울었다. 나는 이제 대학교라는 곳에서 나와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내가 갈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지식, 문화, 권력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을 유지하는 구조, 구조주의 속 인간을 체화한체 사회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막학기 심한 정신문제(mental crisis)를 앓다가 겨우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내가 보는 사회는 아프다. 가르치는 거라곤 지식 욱여넣기와 대학 잘 가는 노하우인 교육이, 모든 것을 떠먹여 주어 우리의 선택을 방해하는 혹은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을 제한하는 교육 방식이, 잘못하면 눈 주변에 칸막이를 치고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미디어가, 혹은 그것을 통해 '나'가 없이 다른 사람들과 쓸데없이 가까워져 스스로의 자아실현이라는 것을 도모할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스스로가 아프다. 나는 어쩌면 알맹이도 없이 구성된 주류와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주 아프다. 이런 내가 성숙한 사람인건지, 백해무익한 생각에 짓눌려 현실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철없는 사람인건지, 둘 다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일찍이 배울 수 있었다.
겁쟁이처럼 도망다녔던 나는 결국 내가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공부하게 되었다. 사회학과 교육, 그리고 이런 사회과학 분야의 일환인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디어와 매체가 그런 것들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의심할 수 없을조차 신봉하는 것, 그것에 도전장을 내밀어보고자 한다.